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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내린 휴대전화 이렇게 팔린다…밀매 현장 포착

입력 2012-05-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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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택시에 휴대전화를 깜박 놓고 내리면 예전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이 휴대전화 어디로 갈까요. JTBC 취재진이 그 현장을 추적했습니다.

먼저 이서준 기자입니다.

[기자]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도로 주변을 어슬렁거리더니, 택시를 향해 연신 휴대전화를 흔들어댑니다.

이들은 바로 휴대전화 밀매 조직의 조직원들.

택시기사들에게 승객이 택시 안에 놓고 내린 휴대전화를 팔라고 유인하는 겁니다.

잠시 후 택시 한대가 멈춰서자 조직원이 다가가 흥정을 합니다.

[밀매업자 : 아이폰3이네. 이건 얼마 안 해요. 이건 3만원입니다. 액정도 나갔고…. ]

휴대전화는 기종과 상태에 따라 적게는 3만원, 많게는 10만원에 팔려나갑니다.

은밀한 거래는 새벽 내내 이어집니다.

[밀매업자 : 밤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여기 있어요. 항상 이 자리 와요.]

이때 갑자기 경찰차가 나타납니다.

순식간에 흩어지는 업자들.

그러나 잠시뿐, 상황을 살피더니 다시 길거리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흔듭니다.

은밀한 거래는 취객들이 많은 대학가나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 주로 이뤄집니다.

[밀매업자 : (고속버스 터미널이랑 강남역에도 있다던데?) 다 있어요. 전부 다 제 밑에 애들 거기 있어요.]

이날 이 장소에서 거래된 휴대전화만 50여 대에 달합니다.

[밀매업자 : 전 알바고 사소한 것까진 모르고, 우리가 매입하면 실장님이 와서 돈 건네주고 휴대폰 갖고 가니까….]

이런 식으로 사들인 분실 휴대전화는 모두 외국으로 반출됩니다.

[밀매업자 : 우리나라에서는 사용 못해요. 다 외국으로 보내요. 동남아나 중국으로….]

한밤중 전화를 잃어버린 주인이 애타게 전화를 찾는 사이 휴대전화는 이렇게 종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앵커]

스튜디오에 이번 취재를 총괄한 사회부 임종주 기자 나와있습니다. 분실이나 도난당한 휴대전화, 외국으로 반출된다고요?

[임종주/기자 : 예, 주로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밀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도난 신고 될 경우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매달 수백대가 팔려나가고 있다는 밀매업자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밀수출이 상당히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취재됐죠?

[임종주/기자 : 예, 취재 결과, 대략 네 단계 정도를 거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앞서 보신 것처럼 밀매업자들이 택시기사에게 휴대전화를 사들이는게 1단계입니다. 그 다음에 '실장'이라는 모집책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비밀공장으로 넘겨져 휴대전화에 내장된 유심칩, 가입자 식별 정보가 담겨 있는건데요, 유심칩을 제거해 공기계를 만든 다음 해외로 밀반출합니다.]

[앵커]

최근 휴대전화 절도 범죄가 급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군요?

[임종주/기자 : 예, 그렇습니다. 밀매 과정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쉽게 '돈 벌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윤유빈 기자의 리포트로 보시겠습니다.]

[기자]

오토바이를 타고 여성에게 접근한 뒤 휴대전화를 빌려 줄행랑친 남성부터, 또래 학생들을 골목길로 끌고와 사정없이 뺨을 때리고 스마트폰을 갈취한 여학생까지.

찜질방에서도, 유흥업소에서도, 휴대전화를 노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남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훔치는 남성.

잡고보니 소매치기 조직 영철파에서 이름을 떨쳤던 거물입니다.

휴대전화가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는 건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절도 용의자 : (다른 것 보다) 스마트폰이 (팔면) 돈이 더 많이 나와요. 인터넷 사이트 통해서 외부업자 만나서 팔고 돈 받고 그랬어요.]

상태가 좋은 휴대전화는 20만원까지 받습니다.

유통 과정은 하루가 다르게 조직화하고 있습니다.

훔치거나 빼앗은 휴대전화를 '세탁'하는 공장까지 등장했습니다.

유심칩 등 핵심 부품을 교체한 뒤 주로 아시아 지역에 팔아 넘깁니다.

[업자 : 유심칩을 제거해도 위치 추적이 다 되기 때문에 여기선(한국에선) 못 팔죠. 거의 다 중국으로 가는 거죠.]

휴대전화 밀매단은 점 조직 형태로 활동해 그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밀매하는 해외 루트 차단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통신업체가 운영하는 휴대전화 대리점에서까지 불법 거래가 성행한다는 첩보가 들어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휴대폰 밀수출도 큰 문제지만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대포폰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임종주/기자 : 예, 대포폰은 보이스피싱과 대출 사기는 물론 각종 강력 사건에도
악용되고 있어서 말씀하신 것처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대포폰 수천개와 또 대포통장 천여개를 만들어 팔아 수억원을 챙긴 기업형 조직이 또 다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 소식은 조택수 기자의 보도로 보시겠습니다.]

[기자]

서랍장에서 휴대전화 수백개가 쏟아져 나옵니다.

가입자 식별정보가 담긴 유심칩도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경찰 관계자 : 유심칩이고 이거는…]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 신분증도 수십장씩 보관돼 있습니다.

모두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 등 범죄에 이용된 것들입니다.

51살 장 모 씨 등은 모집과 제조책, 판매책으로 업무를 나눠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만들었습니다.

통장은 1개에 50만 원에 보이스 피싱과 관련된 중국 조직에 팔았고, 대포폰은 최고 20만원 까지 받고 국내외 조직에 넘겼습니다.

지난 2년 간 이렇게 챙긴 돈만 7억 4천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경태/남양주 경찰서 경감 : 임 씨 등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 매월 사무실을 옮기고 체계적인 점조직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이들을 쫓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장 모씨등 5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임 모씨등 4명을 수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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