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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놔줄 테니…" 벌써부터 여론조사 조작 논란

입력 2016-02-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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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총선은 여론조사가 여느 선거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여야 모두 국민의 뜻을 반영하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여론조사 조작 논란이 벌써부터 전국 곳곳에서 일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왜곡 논란은 총선 후보를 정하는 것에서 뿐만이 아닙니다. 오늘(17일) 탐사플러스에서는 여론조사의 두 얼굴을 집중 보도해드립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31일 저녁 8시, 대구의 한 식당입니다.

대구 소재 한 대학의 미대 교수 2명과 이 학교 졸업생 10여 명이 들어옵니다.

교수 중 한 명이 술을 산다며 불러모은 겁니다.

그런데 30분쯤 지나자 갑자기 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식당에 들어섭니다.

[참석자 : 평소에도 술자리 많이 하니까요. 그런 자리인 줄 알고 갔는데 알고 보니까 거기서 000, 그 빨간 옷 입은 사람이 와서…]

예비후보는 명함을 돌리고, 교수는 후보자에게 A4지 한 장을 건네줍니다.

교수 지시로 미리 작성된 참석자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명단입니다.

잠시 뒤 이 학교 미대 학장도 합석합니다.

참석한 미대 졸업생들은 20대에서 40대로 연령이 제각각 달랐지만 모두 개인작업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참석자 :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작업실에 전화기가 없으니까, 전화기를 놓아서 여론조사에 응해달라.]

각자 작업실에 전화기를 설치한 후, 여론조사에서 해당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겁니다.

비용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총무도 즉석에서 정했습니다.

[참석자 : 전화기 설치하는 비용 있잖아요. 그거를 따로 안 받고, 일단은 전화기 설치하는 쪽으로….]

술자리는 4시간 동안 이어졌고, 술값은 교수가 계산했습니다.

며칠 뒤 참석자들에게는 여론조사 참여 독려 문자와 집전화 설치 문자가 뿌려졌습니다.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 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전화기 설치 비용을 지원해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건 기부행위에 해당하고, 술과 음식을 제공하며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것도 여론 조작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비후보 측은 "미술인 정기모임이 있다고 해서 들른 것 뿐"이라며 "여론조사 이야기가 나왔지만 비용이나 조작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예비후보 측 : (교수 측에서 먼저) 후보를 돕자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법 위반하면서) 우리가 뭐 하려고 그러냐, 실질적으로.]

술자리를 참석한 한 교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A교수 :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납니다.) 제가 술이 조금 일찍 취해서 그런지, 그런 이야기를 뭐 하려 했겠나.]

같은 날, 부산 해운대구의 한 식당에서는 한 새누리당 당원이 고령의 전현직 당원 11명을 모았습니다.

이 자리에는 한 예비후보 관계자가 들러 15분가량 이야기를 나누다 떠났습니다.

이후 여론조사에 응할 때 10살 정도 낮춰서 답변을 해보자는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참석자 : 여론조사를 하다가 이게 얼굴이 보입니까, 뭡니까. 그러니까 한두 번 화가 나니까, 나도 40대 눌러보자, 30대 눌러보자, 하다 보면 통과되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하긴 했어요. 우리끼리.]

최근 여야가 앞다퉈 도입하는 상향식 공천에선 응답률이 낮은 젊은층의 지지에 가중치를 주고 있습니다.

20대에 최대 2.5의 가중치가 부여되며, 20대로 연령대를 속인 10명만 섭외해도 25명의 지지를 받는 셈입니다.

[박종희 교수/서울대 정치외교학부 : 내가 20대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위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총선에서는 표본 규모가 작은, 응답률이 낮은 층의 응답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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