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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그나마 이병기 #어쨌든 죄송 #결국엔 체포

입력 2017-11-14 18:58 수정 2017-11-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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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이병기 전 원장이 오늘(14일) 새벽 긴급체포됐습니다. 검찰은 48시간 이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에 앞서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는 조금 전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선 속도를 내고 있는 국정원 특활비 수사 등을 짚어 보겠습니다.

[기자]

오늘은 책을 몇 권 소개해드릴 텐데요. '어쩌다 어른', '닥치고 정치', '그래도 사랑', '그래서 북유럽' 요즘은 이렇게 부사형으로 시작하는 책 제목이 유행입니다. 이 트렌드에 맞춰 오늘 발제를 준비해봤습니다.

먼저 < 그나마 이병기 > 입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전원이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의 피의자가 됐습니다. 세 사람 모두 '소환 코멘트'를 남겼는데, 이병기 전 원장에게는 앞서 두 사람에게는 없던 '국민'이 있었습니다.

[남재준/전 국정원장 (지난 8일) : 국정원 직원들은 우리나라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입니다.]

[이병호/전 국정원장 (지난 10일) : 국정원이 큰 상처를 입고 흔들리고 약화되고 있습니다. 크게 걱정됩니다.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이병기/전 국정원장 (어제) : 국민 여러분들께 실망과 심려를 끼려드린 데 대해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이병기 전 원장, 역시 '정무적 감각'이 남다르지 않나 싶은데요. 두 전직 원장이 군인 출신인 반면 이병기 전 원장은 외교관 출신입니다. 전두환 정권에서 청와대 입성 후 안기부, 한나라당 등을 오가며 외교와 현실정치 사이에서 정무적 식견을 넓혔을 거라는 관측입니다.

다음은 < 어쨌든 죄송 >입니다. 이병기 전 원장은 위기 상황 때마다 고개를 숙였습니다. 인사청문회 때는 과거 '대선후보 매수' 사건을, 비서실장 시절에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일단은 사과부터 했습니다.

[이병기/당시 국정원장 후보자 (2014년 7월 7일) : 저는 과거 한때 정치자금 전달사건에 관여한 것을 가슴 깊이 후회하고 있으며…]

[이병기/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2015년 5월 1일) : 저의 이름이 진위 여부를 떠나서 오르내리게 된 데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 결국엔 체포 >입니다. 검찰은 오늘 새벽 이병기 전 원장을 긴급 체포했습니다.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48시간 이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합니다.

앞서 소환된 남재준, 이병호 전 원장도 특수활동비 상납을 시인했죠. 그럼 왜 가장 늦게 부른 이병기 전 원장을 가장 먼저 체포한 걸까요. 바로 특수활동비 상납이 관행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남재준 원장 시절 5000만 원이던 상납액은 이병기 원장 때 1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관행이라던 상납액이 2배로 늘어난 배경에 청와대의 '특별한' 요구가 있었다면 관행을 넘어 뇌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특히 이병기 전 원장은 국정원장에서 곧바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죠. 돈을 건네는 쪽과 받은 쪽 모두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인물인 겁니다.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에 대한 의미있는 진술을 얻어낼 수도 있습니다.

검찰은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한 신병처리에 앞서 조금 전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 먼저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돈을 받아 전달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이 구속된 만큼 영장 발부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물론 특수활동비 상납뿐만이 아닙니다. 세 사람 모두 보수단체 지원 의혹 즉 '화이트리스트'에 연루돼 있습니다. 어제 구재태 전 경우회장이 구속됐는데요. 국정원이 압박한 대기업의 돈을 받아 어버이연합 같은 단체의 관제데모를 지원한 혐의입니다.

그런데 현대차 자금이 경우회로 간 데 대해 '진실게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재준 전 원장은 "이헌수 전 기조실장이 다 알아서 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 전 실장 측은 "남 전 원장이 본인만 살려고 거짓말을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참고로 남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와 재판 방해 혐의도 받고 있죠.

아무튼 전직 국정원장들의 신병확보는 박 전 대통령 조사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재판 출석까지 거부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직접 구치소로 방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정당국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18 이틀간 유영하 변호사와 일반 접견을 한 뒤 현재까지 국선변호인은 물론 어느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임명한 국정원장들이 "대통령의 지시로 어쩔 수 없었다"며 책임을 피하고, 이 돈을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이 불거진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주머니로 들어갔다며 20년간 모셔온 주군을 '방패막이' 삼고 있습니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인심 참 야박하다"며 마음고생 좀 할 것 같은데요. 자신의 충고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박근혜/전 대통령 (지난해 1월 5일) :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있는데 다 옛말이 그른 게 없는 것이 마음고생이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를 이제 거치면서 굉장히 마음이 깊어지고, 뿌리가 깊어지고 그래서 큰일도 해내고 그런다는 옛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뭐 어려움이 많이 있어도 '내공 쌓는다' 생각하시고…]

발제 정리하겠습니다. < 이병기 긴급체포…남재준-이병호 영장청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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