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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어떻게 해볼텐데' 성추행 덮은 학교, 피해 제보 잇따라

입력 2015-03-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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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이 교수가 이미 오래 전부터 다른 학생들도 성추행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측의 징계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학교가 쉬쉬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더 늘고, 더 아파해야했습니다.

계속해서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B양은 성추행 사건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B양/피해 학생(음성대역) : 교수님의 얼굴, 목소리, 연구실, 작업실, 냄새 관련된 장소나 교수님 이름만 들어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여자로서의 수치심,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후유증은 컸습니다.

[B양/피해 학생(음성대역) : '학교 자체에 아예 가고 싶지가 않아서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했으면 좋겠다. 학교가 불이 났으면 좋겠다. 사고를 당했으면 좋겠다' 등등의 별의별 상상을 하며 참고 또 참으며 정신적으로 피폐하고 우울한 10개월을 보냈습니다.]

지인들은 B양의 고통을 죽고 싶어 할 정도였다고 전했습니다.

[학교 관계자 : 피해 학생이 참아내느라고 죽을 뻔했다. 2월 말인데 다 못 채우고 12월에 신고한 이유가 자기가 죽겠으니까 신고를 한 거예요.]

그런데 A교수의 성추행 피해 신고 접수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A교수는 지난 2008년에도 성희롱과 폭력 문제로 한 학생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A교수는 예방 교육만 받고 징계는 받지 않았습니다.

[학교 관계자 : 사건은 오래됐지만 그렇게 처리하면 안 되는 사건들이었죠. 한두 사건뿐만 아니라 진술서가 몇십 장이잖아요.]

JTBC가 입수한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입니다.

지난 수년간 A교수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학생들은 A교수가 수업 시간과 뒤풀이, 술자리 등에서 여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재학생 : MT 때도 굳이 쓸데없는 걸 하시더라고요. 교수님이 푸시업하는데 위에 학생을 앉혀서 장난을 하셨어요. 허벅지 부위라든지 허벅지 중간 부위라든지, 이런 쪽으로 터치를 하시고.]

[졸업생 :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둘이 있었는데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교수님이 저를 훑어보시더니 "내가 총각이었으면 너를 어떻게 해볼 텐데" 그런 성희롱 발언을 하셔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억지로 술을 마실 것을 강요하고, 잠자리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증언도 잇따랐습니다.

학생들은 부당한 일을 겪고도 지도 교수였기 때문에 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졸업생 : 아끼는 애제자들만 끌고 와서 따로 별도로 술을 마시고 그 안에서 했던 스킨십이 너무 많더라. 너무 불순한 게 많으니까. 당연히 누가 발언하지 않는 이상 모르는 거지만 나서지 않죠.]

[학교 관계자 : 지도 교수고 그 라인에서 끌어준다고 생각을 하고. 그리고 지금까지 나한테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고. 술 마시는 게 일반화됐기 때문에 그런(성추행)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거든요. (학생은 교수를) 쫓아갈 수밖에 없는 '을'이에요.]

교수가 이른바 '갑'의 위치에 선 대학 사회의 구조가 병폐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B양/피해 학생(음성대역) : 사실 정황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예술과 열정, 믿음을 보여주며 세뇌를 시키고 자신을 믿도록 교육시켰습니다.]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워낙 높은 위계와 위력을 가지고 있다보니까 피해자들이 느낄 법한 피해나 고통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야말로 일종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파워를 남용하는 형태로 습벽을 계속 유지해오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교수의 부적절한 처신을 막고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졸업생 : 이미 학교에서 수업을 한다든지, 그리고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이 깨진 상태고 그런 게 없습니다. 단 하나, 더 이상의 피해 학생, 후배들이 생기지 않는 것. 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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