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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논술 시즌 '이동전쟁'…수험생 태운 '퀵' 아찔한 질주

입력 2018-11-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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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퀵서비스 오토바이는 물건을 빨리 갖다주기 위해서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이제 수능이 끝나고 수시전형 시험이 한창인데, 여러 대학 시험을 바로바로 봐야하는 수험생들이 이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찾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신호도 위반하고, 역주행도 불사하고 가다보니 위험천만하지만 일단 시험도 봐야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밀착카메라로 그 모습 보시겠습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긴급 학생 수송'이라는 표지를 붙인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수시 논술 시험이 한창인 한 대학교 앞입니다.

정문 앞에는 이렇게 퀵 서비스 오토바이가 수십 여 대가 기다리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수가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문의를 하는 학부모들도 눈에 띕니다.

[퀵서비스 기사 : 대목이죠. 기사분들 한 500대 정도가 항상 여기, 이때만 되면.]

퀵서비스 기사들이 준비한 종이에는 미리 조사한 대학 시험 일정이 빼곡합니다.

[신만수/퀵서비스 기사 : (같은 거리) 1만 5000원 정도. 퀵서비스는 그렇거든요. 서울 시내 10만원 하니까 기사분들 퀵을 접고 다 오시는 거예요. 요금이 세니까.]

오전 논술시험이 끝나자 수험생들이 정문으로 질주합니다.

부모님과 같이 뛰기도 합니다.

다른 대학 고사장의 입실까지는 1시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중 교통으로는 빠듯합니다.

[학부모 : 전철도 애가 아직 한 번도 안 타보고 여기도 처음 와보고 길을 전혀 몰라요.]

수시 시험이 실시되는 대학 근처는 교통 정체도 심합니다.

[퀵서비스 기사 : 길이 막혀도 오토바이는 다 갓길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니까요.]

수험생들이 하나 둘 씩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험 고사장 입실시간이 1시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입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자리를 잡은 수험생들이 운전자의 허리나 손잡이를 꽉 붙잡습니다.

[퀵서비스 기사 : 무서워하죠. 다 공부만 하던 학생들이 오토바이 타봤겠어요? 여학생 같은 경우 부들부들 떨죠.]

학생들을 태운 오토바이들이 차와 사람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갑니다.

[미안합니다. 지나갈게요.]

경적 소리도 시끄럽습니다.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학부모 : 시간을 30분만 늦춰도 오토바이 탈 일이 없는데, 시간을 딱 30분만 조절하면 대중교통으로 가거든요. 그 30분 때문에 이 목숨을 걸고, 10만원 넘게 주고…]

취재진이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같은 길을 이동해봤습니다.

신호를 위반하는 것은 여러차례입니다.

차들이 없는 곳에서는 시속 100km로 달립니다.

정체가 심한 목적지 근처에 오자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합니다.

차로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30분도 안 돼 도착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지난 토요일에도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수험생들이 많았습니다.

헬멧을 쓰지 않은 학생도 눈에 띕니다.

취업 준비생들도 퀵서비스 오토바이 이용에 가세했습니다.

일명 A-매치 데이라고 불리는 공기업 시험날이나 금융권 시험일이면 고사장마다 오토바이들이 북적입니다.

학생들에게 합격 문자를 받기도 합니다.

[퀵서비스 기사 : 입학할 때도 이렇게 위험하고 어렵게 했었는데 졸업할 때도 그래야 된다라는 게 좀 가슴 아프지만 매년 해왔네요. 어떻게 하다 보니…]

퀵서비스 이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오토바이가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우는 행위에 대한 법 규정은 없습니다.

[무법이에요. 무법.]

사고가 나도 보험처리 등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학들이 시험시간만 조금씩 조정해줘도 불안감이 많이 줄 텐데요.

입시가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수험생의 목숨만큼 중요할까요.

(영상취재 : 이재근)
(인턴기자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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