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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관사 "선내 대기 대신 탈출방송했어야"

입력 2014-09-02 13:02

'끼∼익' 소리 뒤 '덜덜덜' 배 기울었다"

"비상조치 지시없어…진정위해 캔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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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소리 뒤 '덜덜덜' 배 기울었다"

"비상조치 지시없어…진정위해 캔맥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본격화된 가운데 2일 법정에 선 기관사는 "선내 대기 방송 대신 탈출방송이 나왔어야 했다"고 진술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오전 법정동 201호 법정에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13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같은 날 법정에서는 1등 기관사 손모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이어졌다. 손씨는 사고 당시 정황과 자신을 비롯한 다른 승무원들의 당시 판단 등을 담담히 진술했다.

손씨는 검사의 신문에 "'대기하라'는 내용의 선내방송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며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을 듣고 나는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침실(3층 좌현 측)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끼∼익' 소리가 난 뒤 배가 10초 정도 '덜덜덜' 떨렸다. 그리고 배가 왼쪽으로 기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배가 15∼20도 정도 기울었으며 시간이 지날 수록 기울기의 정도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기관장에게 사고 경위에 대해 물었고, 기관장은 '조타수가 오른쪽과 왼쪽으로 조타기를 심하게 (조작)한 것을 직접 봤다. 배가 순간 심하게 기우니까 조타수가 타를 양팔로 감싸 안았다'는 기관장의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4월15일 세월호에 수학여행단이 탑승한 사실에 대해서는 들었지만 정확한 인원은 알지 못했다"며 "평소 100명 미만의 인원이 여객선에 탑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어떤 사고인지 몰랐다. 조치를 취하라는 아무 지시도 없었다. 당시에는 완전히 침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될 지 모르니 기다려보자는 분위기였다. 시간이 지체된 가운데 배는 상당히 기울었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탈출하기 용이한 장소에 있는 등 여유가 생겨 술(캔 맥주)을 마셨느냐'는 질문에 손씨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셨다. 쉽게 구조되리라고는 생각못했다"고 답했다.

또 "기관장 지시로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선장이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죽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부 방청객은 "위급한 상황에 술을 마실 수 있느냐"며 분개하기도 했다.

법정을 찾은 단원고 피해 학생의 형은 재판에 앞서 "겉으로 드러난 허울 좋은 껍데기 보다는 참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전례가 없는 선례가 필요하다"며 "수족을 자른다 한 들 두뇌가 살아 있으면 대한민국의 안전은 미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동생과 그 친구들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며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바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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