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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고통받는 '피팅모델'들…비공개촬영회, 이대로 괜찮은가요?

입력 2018-05-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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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고통받는 '피팅모델'들…비공개촬영회, 이대로 괜찮은가요?


"일체의 신체 접촉은 없었고, 합의 하에 촬영했다"

유튜브 방송인 양예원씨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해당 스튜디오 실장 A씨가 언론에 내놓은 해명입니다. 양씨도 노출이 심한 콘셉트로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오히려 더 스케줄을 잡아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A씨 주장입니다. 양씨가 주장하는 촬영 횟수는 5번으로, 13번이라는 A씨의 주장과 차이가 납니다.

저희 취재진은 실제로 비공개 촬영회 계약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했습니다. 촬영에 임했던 모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모델들은 "합의하지 않은 노출을 요구하거나 강요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습니다.

※아래에서 언급되는 사례들은 양예원씨의 사건과는 무관합니다

◆'노출 수위' 설명 없는 계약서…"노출 없다고 해서 갔더니 한 뼘 남짓한 치마 건넸다"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지던 모델 B씨는 '노출이 필요 없다'는 공고를 보고 스튜디오에 연락을 했습니다. 첫 미팅에서 스튜디오 실장과는 '어떠한 모델이 되고 싶냐' '무슨 콘셉트를 좋아하냐' 자연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유명 모델을 거론하며 "자신이 키운 아이"라고 말하는 실장에게 B씨는 신뢰감까지 느꼈습니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몸에 딱 붙는 티셔츠와 가슴 부분이 깊게 파인 세라복, 그리고 한 뼘 남짓한 치마가 주어졌습니다. 계약서를 쓰고, 첫 미팅을 할 때까지 전혀 몰랐던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또 다른 미성년자 모델 C씨는 아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노출은 싫다"는 C씨의 말에 실장은 "강요하지 않겠다" 했다고 합니다.

촬영에 들어가자 주어진 의상은 마찬가지로 속옷보다 짧은 한 뼘 치마였습니다. 실장은 C씨에게 예정에 없던 수치스러운 자세를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첫 촬영이 끝나고, 회를 거듭할수록 건네는 옷은 더 짧아졌고, 요구하는 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저희가 살펴본 비공개 촬영회 계약서에는 노출 수위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사전 미팅에서는 오히려 "노출이 필요 없다"며 안심시키기까지 했습니다. 때문에 피해자 대부분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주어지는 의상을 보고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한 모델은 "노출 수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 촬영이 과연 합의라고 할 수 있냐"고 했습니다.

◆'강요'로 돌변하는 '합의'…"싫다고 하면 열 명이 한꺼번에 표정이 싹 굳어져요"

"열 명이 나를 앞두고 카메라를 들고 있다가 싫다고 하면 다 (카메라를) 이렇게 한 번에 내리고 표정이 싹 굳어져요. '너가 이거 싫다고 하면 뜰 수 있겠냐. 다들 겪는 과정'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모델 B씨)

"(촬영하는 사람들이) 어차피 여기는 자기밖에 없으니까, 도어락 잠가주고 위에 잠금 다 잠가줄 테니까 그냥 벗으라고…"(모델 C씨)

"엄청 어두운 지하에 나는 혼자인데…"(모델 D)

많은 분들이 '왜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스튜디오를 나오지 못했나' 의문을 갖습니다.

피해자들은 처음부터 과한 노출이나 자세를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피해자를 안심시키며 신뢰를 얻습니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모델들은 그곳에서 자신보다 덩치가 큰 남성 여러 명에게 둘러싸입니다. 처음엔 원래 합의된 콘셉트로 촬영하다가도, 점점 더 과한 노출이나 자세를 요구한다는 게 이들의 증언입니다. 싫은 내색을 하면 "이러면 곤란하다"거나 "사진계가 좁은데 니가 이러고도 뜰 수 있겠냐"는 말까지 듣는다고 합니다. 한 모델은 "빨리 촬영을 마치고 나오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했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기 두렵다는 모델들…"피해자만 수백 명"

촬영을 끝낸 모델들은 깊은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자괴감보다 더 큰 것은 내 사진이 어디에 유포될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노출된 사진이 어디 사이트에 뜨지 않을까 밤새 자신의 이름을 검색창에 쳐보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또 다른 모델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 때문에 유흥업소 종사자로 오해를 받아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야 하는 모델들은 이제 집 밖이 두렵다고 말합니다.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오던 한 제보자는 온라인에 불법 유출된 모델의 숫자만 500명이 넘는다고 알려왔습니다. 물론 모든 비공개 촬영회가 제가 언급한 사례 같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성인들의 은밀한 취미라고만 여기기엔 피해 사례가 너무나 많고, 어린 피해자들이 깊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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