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청와대의 정윤회 씨 문건 유출 파문, 올 연말까지 정국의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치부 취재기자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남궁욱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남 기자, 우선 이번 사건이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냐 여부와 또 하나는 어떻게 문건 그대로 흘러나갔느냐 하는 부분인데, 일각에서는 이번 동향보고서를 포함해서 라면 박스 두 개의 청와대 문서가 그대로 유출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청와대의 문서 보안이 이렇게 허술한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청와대의 모든 직원들에겐 컴퓨터 두 대씩 보급됩니다.
한 대는 '위민'이라고 불리는 내부 통신망, 즉 인트라넷 접속용이고, 다른 한 대는 인터넷 접속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문서작업은 인트라넷용 PC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한 편입니다.
[앵커]
메일이나 USB 메모리를 이용해서 문서가 흘러나왔을 가능성은 없나요?
[기자]
일단 메일은 인터넷 사용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힘들고, USB 메모리도 보안프로그램이 깔려있는 청와대 지급품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파일 형태로 문서를 가져가기 쉽지 않고, 가지고 나간다고 해도 그걸 일반 PC에서 인식이 안 됩니다. 출력을 할 수도 없습니다.
[애커]
그럼 결국 누군가 출력해놓은 내부 문건을 바깥으로 가지고 나왔을 가능성이 크겠군요?
[기자]
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이 문서를 의도적으로 가지고 나간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와 오늘 통화한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문건 유출 경로에 대해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인 걸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이 문건이 1월에 작성됐는데, 그런데 근 1년이 지난 지금 흘러나왔습니다. 이건 왜일까요?
[기자]
그건 수수께끼의 인물이었던 정윤회 씨가 활동을 재개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정 씨는 1970년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입니다.
그런 인연으로 1998년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한나라당 대표에 오른 2004년까지 의원실의 선임보좌관을 지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측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정 씨가 최근에 박 대통령 지지 외곽조직 인사들과 독도를 찾는 등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을 보이니깐 그런 정 씨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커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앵커]
이번 문건 유출이 일어난 후 청와대를 포함한 범여권 내 권력다툼설은 어떻게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나요?
[기자]
앞서 보신 것처럼 이 문건을 작성한 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행정관이었던 경찰 간부 박모 경정입니다.
그러면 정윤회 씨 동향보고를 해서 누구한테 보고했느냐, 직속상관이었던 검사 출신 조응천 변호사, 당시 전 비서관에게 보고를 한 겁니다.
[앵커]
조 전 비서관이 박지만 씨가 인연이 있는 걸로 알려져 있는 거죠?
[기자]
네, 박지만 씨가 1990년대 중반에 마약투약으로 검거됐을 때 수사검사였습니다.
이런 인연이 바탕이 돼서 공직감찰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민간인인 정윤회 씨의 동향 파악에 나선 것 아니냐, 이런 관측이 커지고 있는데요.
또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일이 또 있습니다.
표를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문서 작성이 있었던 1월 이후에 문서를 작성했던 박 전 행정관이 청와대를 갑자기 떠나서 경찰로 복귀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 어떤 보도가 나왔느냐, 박지만 씨가 정윤회 씨한테 미행을 당했다는 시사저널의 보도가 나옵니다.
그 보도를 계기로 해서 조응천 비서관도 청와대를 떠나게 되는 겁니다.
[앵커]
결국은 정윤회 씨 동향 문건을 보고한 뒤 일어난 일들이군요.
[기자]
네, 1월에 문서 작성이 있은 뒤 벌어진 일들이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흐름 자체가 박지만 씨와 친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정윤회 씨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한 이번 문건과 모든 것이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고, 그래서 정 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에 이 문건이 폭로된 게 아니냐는 게 정치권에서 나오는 의혹 제기인 겁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남궁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