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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족보'는 없지만…부끄러움 또한 없다

입력 2016-11-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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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검찰은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

한 일선 검사가 검찰 내부 게시판에 남긴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검찰 내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조금 다른 부분에 주목한 사람들도 있더군요.

검사의 이력을 들여다보니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울의 그 명문대 출신이 아닌…그러니까 소위 엘리트 검사의 코스를 밟지 않았다는 것.

영화 속 유명해진 그 말처럼 그는 어쩌면 '족보 없는 검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였을까…사람들은 그를 더욱 응원했습니다.

영화 주인공의 입을 통해 나온 그 대사.

'족보'

지연과 학연. 재력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규칙은 비단 검찰사회 뿐 아니라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그 저렴한 생리를 비판한 말이었습니다.

우울하면서도 통쾌했던 이 영화는 판타지로 대리만족해야 하는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해주었습니다.

소위 족보가 지배해온 대한민국 사회. 누군가는 부모의 재력도 능력이라며 또래의 성실한 친구들을 조롱했고, 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그 오랜 인연을 이용해 온 집안이 합세하여 막후정치를 펼쳤습니다.

물려받은 돈이 권력이 되고 지위가 세습이 되고 돈으로 자녀의 학력을 만들었던, 어찌보면 이것은 소위 족보 있는 성골 정치인이 초래한 혼돈의 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거리로 나선 사람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혼돈을 치유하는 건 평범한 이 땅의 사람들 즉 시민의 몫이었던 것이지요.

함께 거리로 나섰지만 시민들은 서로의 이름을 알지 못했고,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부모가 누구이며 재산은 얼마나 되는지, 그것이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광장에서 모두는 평등했고 누군가의 원대로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지면, 옆 사람은 그 꺼진 초에 불을 옮겨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광장에서 사람들은 족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족보는 없지만 스스로를 향한 부끄러움 또한 없습니다.

오늘(24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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