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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시라 "연기도, 두번 만난 인수대비도 내 운명"

입력 2012-03-04 13:03 수정 2012-03-08 12:27

"난 세계 1등 가는 긍정녀"…"여우같다? 돌쇠처럼 우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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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계 1등 가는 긍정녀"…"여우같다? 돌쇠처럼 우직해"

채시라 "연기도, 두번 만난 인수대비도 내 운명"




"연기는 그냥 제게 운명입니다. 연기를 하게 된 과정도 그렇고, 이후에도 계획하며 달린 적은 없었어요. 그렇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너무 모범답안 같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일하다보니 어느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요. 어느 한순간이라도 '내가 이걸 이뤄야지' 했다면 여기까지 못왔을 것 같아요."

채시라(44)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성실했고 '열심'이었다.

으레 깐깐하고 새침할 것도 같았지만 웬걸, 그는 우직한 돌쇠형이었고 빈틈이 많은 '허당'의 기질도 보였다.

자신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이야기하는 그에게서는 가식의 그림자를 찾기 어려웠다. 세련되고 화려한 외양과 달리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수레를 끄는 소처럼 모든 질문에 땀방울이 맺힐 듯 정성스럽고 소탈하게 답변을 했다.

"인수대비 역도 운명처럼 다가왔어요. 다시 한 번 똑같은 역을 할 기회가 어디 흔할까요? 다시 인수대비를 하자고 제안이 왔을 때 '아 이건 운명이구나' 싶었습니다."

KBS '왕과 비' 이후 11년 만에 JTBC '인수대비'로 다시 인수대비 역을 맡게 된 그를 최근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28년간 몸담았던 연기도, 그사이 두 번 만나게 된 인수대비도 모두 '운명'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천추태후' 이후 현대극을 하려고 사극은 보지도 않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작고한 한복디자이너 허영 선생님의 10주기 패션쇼 무대에 서게 됐는데 왕비 옷을 입어달라고 하더군요. 같은 쇼의 일환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도 서게 됐죠. 그때 생각지도 않게 '인수대비'의 시놉시스를 받은 거에요."


그는 "너무 고민이 됐지만 '왕과 비' 때 인수대비의 처녀시절부터 노역 분장까지 하며 신나게 연기했던 게 떠오르며 가슴이 방망이질하기 시작했다"며 "다시 했을 때 그때만큼, 그 이상으로 잘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지만 반대로 내가 그렇게 신나게 했던 작품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배역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죠. 설레기도 하고 너무 신이 나는 일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예전 '왕과 비'를 다시 봤는데 '그땐 참 단아하면서도 어렸구나' 싶더군요.(웃음) 세월이 흐른 만큼 이젠 좀 더 여유로워진 인수대비가 되지 않을까요?"

JTBC의 '인수대비'는 아역 시절을 거쳐 최근 성인 배역으로 옮아왔다. 함은정의 바통을 이어 등장한 채시라의 활약으로 '인수대비'는 본방과 재방송 모두 시청률 2%를 넘기며 관심을 받고 있다.

돌아온 '채시라의 인수대비'는 한층 노련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드라마 안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다. '왕과 비' 시절에는 짱짱하면서도 꽃같은 카리스마를 뿜어냈다면 지금의 인수대비는 수양대군, 한명회, 정희왕후 등 모든 인물보다 능히 몇 수 위에 있는 치밀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과시하고 있다.

채시라 "연기도, 두번 만난 인수대비도 내 운명"


'왜 인수대비는 채시라만 해야 하느냐'고 했더니 "어유, 너무 공격적인데요?"라며 웃었다. 그는 "인수대비는 너무 좋은 소재라 앞으로도 계속 드라마로 만들어질 텐데 제가 생각해도 세 번째로 인수대비를 맡게되는 분은 아무래도 좀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1984년 열여섯의 나이에 초콜릿 광고 모델로 데뷔한 채시라. 그는 어느새 초등학교 5학년 딸과 여섯살 아들을 둔 주부가 돼 있다. 남편은 가수 출신으로 현재 웨딩사업으로 성공한 김태욱.

"숫기없는 아이였어요. 선생님이 발표를 시킬까 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학생이었죠. 그러다 우연히 중학교 때 카메라 앞에 서게 되면서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표현을 하고 뭔가 리드를 해야하는 입장이 됐고, 잘해서 칭찬을 받으면 성취감이 느껴지면서 욕심과 목표가 자연스럽게 생겼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하지만 그의 '욕심'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주어진 일을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었지 대단한 야망이나 성공에 대한 꿈을 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성격일 뿐이라며 그는 다른 해석(?)을 차단했다.

"많은 분들이 절 오해하시는데 제가 여우 같지 못해요. 우직하고 돌쇠 기질이 있죠. 몸이 부서져나갈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제게 주어진 역할이고 일이다 싶으면 해내려고 해요. 그리고 이왕이면 잘해내고 싶고요. 99.9%까지 노력을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성격이에요. 약간의 강박관념도 있는 거죠."

실제로 그는 둘째 출산 후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한 채 '천추태후'를 위해 액션 연습에 돌입하는 '독종'의 면모를 보이는 등 연기에 있어서는 늘 완벽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채시라의 해설에 따르면 이 역시도 맡은 역을 잘해내기 위해 앞뒤 안 돌보는 노력을 기울인 것일 뿐이었다는 것.

"다시 그렇게 하라면 못한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싶다"며 너스레를 떤 그는 "지금도 사실은 (배우로서의 영광보다는) 애들 키우고 살림하는 데 더 의미를 찾는 편"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성격이 어디 가랴. 그는 육아와 살림에서도 완벽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유 수유와 아이들 독서 교육 등에서 그의 노력과 성과는 유명하다.

"결혼 전에는 내 생각만 하면 됐지만 결혼하고 엄마가 되니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 거죠. 특히 아이들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싶고요. 그런데 저도 나이가 드니 이젠 '깜빡깜빡'도 잘하고 에너지도 많이 소모되네요. 난 평생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나도 어느새 그런 나이가 된 것 같아요.(웃음) 솔직히 요새는 좀 피곤함을 느껴요. 잘하려고 하는 만큼 보람도 있지만 어느 순간은 '난 왜 이렇게 힘들게 살까?' 싶기도 해요. 좀 설렁설렁 하는 경우도 이젠 생기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다들 완벽함을 동경하는 것이죠. 전 제가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만큼 다하자고 하는 것뿐이에요."

에너지가 좀 달리긴 하지만 그는 "나이 먹어가는 게 너무 좋다. 어렸을 때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부분들을 알게 되는 것 아니냐"라며 "그래서 채시라의 40대는 여전히 희망차고 의욕이 넘치지만 여유도 생겼다"며 미소지었다.

강산이 한번 변한 후에도 같은 역할을 다시 맡으며 연기력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채시라.

"솔직히 꿈이 뭐냐고 물으면 내 아이들이 잘 자라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이 세상에 뭔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잘 기르는 게 인생의 목표다"라고 말하는 그이지만 연기는 그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는 연기에 대해 "아직도 열심히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기는 죽기 전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내 나이가 이제는 많은 후배들 앞에 서서 나가야하는 위치라 어깨는 좀 더 무거워졌죠."

채시라는 웃음도 많았다. 그는 자기자신을 '전세계에서 1등 가는 긍정녀'라고 평가했다.

"항상 좋은 면을 보려고 하고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될 수 있는 한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그게 제가 지금까지 온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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