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탐사플러스] 반값인 듯 반값 아닌…'반값 기저귀'의 진실

입력 2015-01-21 21:48 수정 2015-01-21 22:5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반값, 통큰, 착한. 대형마트가 만들고 판매하는 제품에 붙인 별칭입니다.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한다고 대형마트들은 홍보를 하지요. 한때 이런 반값 할인 때문에 동네 영세상인이 피해를 본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소비자가 이득을 본다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탐사플러스 취재팀이 확인해본 결과 일부 반값 제품은 실제로 반값이 아니었습니다. 제값을 받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소비자와 영세상인만 손해를 보고 마트와 제조업체만 배를 불리운 셈입니다. 오늘(21일) 탐사플러스는 대형마트의 반값 아닌 반값 상술을 고발합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이마트가 두 달 전 새롭게 선보인 기저귀입니다.

국내 유아용 기저귀 시장 1위인 유한킴벌리와 손을 잡고 만들었습니다.

가격은 낱개에 213원. 이마트는 기저귀가 40%가량 저렴해 한 달에 육아 비용 5만 3천 원을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반값 기저귀'라는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렸고 출시 일주일 만에 해당 상품군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제품을 살펴보니 어딘가 익숙합니다.

'크린베베'는 제조사가 1980년에 만든 브랜드입니다.

하기스 제품 가운데 가장 저가에 속합니다.

일자형으로 낱개당 110원입니다.

브랜드만 놓고 보면 '반값 기저귀'가 오히려 두 배 비쌉니다.

수년 동안 기저귀를 납품한 도매상과 '반값 기저귀'를 살펴봤습니다.

[기저귀 도매상 : (크린베베는) 유한킴벌리에서 단종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수익이 별로 없고. 프리미엄 쪽이 이윤이 좋으니까.]

소재나 길이, 디자인은 하기스 보송보송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이 제품도 잘 안 팔리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기저귀 도매상 : 보송보송 기저귀랑 비교했을 때 과연 반값이냐고 물어보는 거죠. 사기 같은 느낌이 있어서.]

14개월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과 하루 동안 기저귀를 사용해 보고 비교해 봤습니다.

품질에서 차이를 찾기란 어려운 듯했습니다.

[손수향/주부 : 제품 만졌을 때 촉감, 그리고 아이 몸 감싸는 양쪽 밴드 있잖아요. 사실 저는 큰 차이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제조사에 두 제품의 품질 차이에 대해 물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반값 기저귀'가 기존 제품 '보송보송'보다 흡수력이 조금 뒤처진다고 밝혔습니다.

[손승우 본부장/유한킴벌리 : 기본기능에 충실한 그런 기저귀입니다. 크린베베가 기존에는 일자형 기저귀만 있었는데요, 소비자의 선택 폭을 확장한다는 개념으로.]

가격도 비슷합니다.

보송보송은 오프라인에서 하나당 249원, 온라인에선 198원에 팔리고 있는데, 반값 기저귀 가격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흡수층이 하나 부족한 반값 기저귀가 비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반값 기저귀는 어떻게 나온 걸까.

이마트는 반값이라고 홍보한 적이 없다고 둘러댑니다.

[이마트 관계자 : 기존의 다른 상품과 묶어서 기사화가 되다 보니까 반값이라는 표현이 일반화처럼 쓰인 것 같은데 저희는 반값이라고 외부적으로 언급한 적 없습니다.]

당시 이마트가 언론사에 제공한 보도자료입니다.

'반값 분유에 이어 이마트 기저귀 탄생'

반값이라고 오해하기 좋습니다.

가격은 '동급 프리미엄 제품'과 비교했는데 최저가 제품이기 때문에 동급 프리미엄 제품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혼돈을 불러일으킵니다.

결국 프리미엄 제품인데 값은 싸다고 착각하기 쉽게 만든 겁니다.

[이마트 관계자 : 저희 상품이 프리미엄 상품이라고 한 건 아니고요. 인기 있는 프리미엄 상품과 어느 정도 가격 차이가 있는지 언급한 거라서.]

결국 속은 건 소비자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시월 교수/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 소비자들한테 오인의 소지가 있는 광고를 했다는 게 보입니다.]

판매할 제품이 줄어드는 도매상들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기저귀 도매상 : 절대 반값이 아니고 충분한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마진을 보장하는 제품이죠. 계속 PB(대형마트 자사상품)가 만들어지면 저희는 길거리에 나앉아야죠.]

지난해 초 대형마트가 잇따라 내놓은 비타민도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프리미엄급과 가격 비교를 해 저렴하다고 마케팅을 벌였지만 최대 3배가량 싼 중국산 원료로 만들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나 곤혹을 치렀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자체브랜드 매출 비중은 점차 늘어나 롯데마트의 경우 2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10명 가운데 7명이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가 가계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고 있을 정도로 소비자 충성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은희 교수/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다시는 신뢰를 되찾기 어렵습니다.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도록 자제하는 게 필요합니다.]

대형 유통업체의 꼼수 없는 가격 마케팅이 우선이지만 이를 감시하는 소비자의 안목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탐사플러스] 함정 파놓고 포상금 사냥…'악성 파파라치' 기승 [탐사플러스] 약으로 버티는 취준생…정신질환까지 호소 [탐사플러스] '사설탐정' 뒤 밟아보니…합법과 불법사이 [탐사플러스] 외국인 노동자 '노예농장'…인권 사각지대 [탐사플러스] 부동산투자이민제, 그후…몰리는 '차이나머니'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