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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함정 파놓고 포상금 사냥…'악성 파파라치' 기승

입력 2015-01-20 21:45 수정 2015-01-2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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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파파라치는 이탈리아어로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시다시피 교통단속부터 식품단속,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 등 별별 파파라치들이 많지요. 공무원의 단속 사각지대를 막으면서 실제 불법행위 예방효과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신고제도인데, 이를 악용한 전문 파파라치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포상금을 노린 악성 파파라치들의 등장이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된 겁니다.

정제윤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남성이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를 서성입니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진열돼있는 식품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는 박스 안에 들어있는 다른 상품을 장바구니에 집어넣고 사라집니다.

3시간 여 뒤, 또 다른 남성이 장바구니를 들고 식품 코너 이곳저곳을 살핍니다.

남성은 3시간 전 다른 남성이 무언가를 두고 간 진열 박스 위를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그러더니 휴대폰을 꺼내 진열돼있는 식품을 사진 찍습니다.

그리고는 유유히 자리를 뜹니다.

2인 1조의 이 남성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소시지를 몰래 가져다놓고 사진을 찍은 뒤 구청에 보내 포상금을 타내려고 한 겁니다.

이 마트는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판매했다며 과태료 1천800만원을 처분받았습니다.

마트 주인은 의심이 들어 CCTV를 확인했고, 그 결과 악성 파파라치들의 범행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N 피해 마트 주인 : 저희 같은 경우는 이미 반품을 10월에 했던 상품이라 아무래도 이상해서 카메라를 돌려봤어요. 실제로 좀 황당하죠. 그거를 계획적으로 한 사람들한테 당한 거지 않습니까. 그래서 화도 나고.]

놀랍게도 CCTV에 찍힌 동일범에 의해 피해를 본 마트가 같은 날에만 부산에서 무려 5곳에 달했습니다.

[박종음/J 피해 마트 주인 : 동일인물로 (추정됩니다). 다른 매장에서 찍힌 제품을 갖다 놓고 고의로 신고를 한 것을 봤을 때는 저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악성 파파라치로 인한 피해는 과거에도 빈번했습니다.

CCTV 등의 증거가 충분하지 못해 억울하게 과태료를 무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트 운영을 10년 넘게 한 이진우씨 역시 악성 파파라치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CCTV에 범행 모습이 제대로 포착되지 않아 과태료를 천만원가량 물 위기에 처해졌습니다.

[이진우/D 피해 마트 주인 : 유제품 같은 경우는 3인 1조가 되어서 작업을 하고 갔더라고요. 우리는 아침에 왔다가 그것을 다 빼낸 정황은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이 놓았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갖다 대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정확하게.]

마트 내부에 CCTV가 수십 대 있어도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입니다.

진열대 앞에서 상품을 휴대폰으로 직접 촬영해봤습니다.

CCTV가 바로 앞에 있지만 진열대가 높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악성 파파라치들에게 협박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대호/마트 운영 : (파파라치가) 와가지고 계속 어떤 전화를 하고 그런 것을 보니까 돈을 요구하는 거 같더라고. 요구는 얼마라고 액수는 얘기를 하지는 않았는데 제가 적당히 줬습니다. 그걸 받아가지고 가더라고요.]

식품위생법 위반행위자를 잡는 식파라치의 경우, 각 지자체별로 포상금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적발된 업체 등에 물린 과징금의 20-30%를 포상금으로 받아갈 수 있습니다.

즉 마트 한 곳에서 1천만원이 과태료로 나왔다면 신고를 한 파파라치는 포상금으로 200-300만원은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식파라치들이 노리는 제품들은 주로 이런 냉장보관 식품들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유통기한이 5일정도 밖에 되지 않는 두부와 일주일정도 되는 어묵, 그리고 이런 유제품들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유통기한 표기를 찾기 어려운 제품들도 식파라치의 대상이 됩니다.

악성 파파라치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자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영세 상인들이 모여 '파파라치 제도 개선 비상 대책위원회'도 발족시켰습니다.

전국적으로 피해 사례 등을 모아 정부에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불법 행위를 예방하자며 만든 신고포상금 제도가 도리어 새로운 불법행위만 양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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