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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아동학대' 복지시설 문 닫자…노숙 택한 아이들

입력 2020-04-27 21:30 수정 2020-04-2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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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충북의 한 아동복지시설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 안에서 오랜 시간 아동 학대와 성폭력, 이걸 감추려는 시도들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뿔뿔이 흩어진 아이들은 서로를 그리워했고, 10여 명의 아이들은 돌아와서, 노숙을 하면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잘못은 어른들이 했는데, 왜 자신들이 힘들어야 하냐고 묻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충북 청주의 아동복지시설인 '희망원'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지난 1948년 설립된 곳으로, 사정상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곳인데요. 

그런데 들어가는 길목에 보면 이렇게 천막이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안쪽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요, 아예 텐트가 설치돼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생활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희망원에 있던 아이들입니다.

[시설아동 : 한 달 넘었어요. 3월 17일에 (노숙을) 시작했으니까.]

이곳이 현재 아이들이 생활하는 숙소입니다. 

안에 살짝 보면요, 휴지랑 그리고 양말 같은 생활용품들이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에는 빨래를 한 것 같은 옷가지들도 널려있고요.

텐트 앞에는 이렇게 이름표가 붙어있습니다.

여자와 남자 텐트를 지금 분리해서 지금 마련해 놓았는데요.

이 앞쪽이 여자 텐트 3동이고 뒤쪽으로 남자 텐트가 4동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임시로 지금 놓인 책상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대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왜 거리로 나오게 됐을까.

지난 2월, 희망원은 한 달 간 사업을 정지하라는 행정 처분을 받았습니다. 

시설 종사자가 아동 학대를 한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입니다.

[전 희망원 관계자 : 성폭력들, 그루밍 사건들, 회계 부정, 그리고 또 원내에서 원장이 아동들을 술을 먹이고.]

아이들은 서로 다른 시설로 흩어졌습니다.

한 달이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시설아동 : 저는 무조건 돌아오겠다는 생각으로 당장 한 달 필요한 짐만 들고 간 건데…]

그런데 지속적인 학대와 성폭력, 은폐 시도가 더 드러났습니다.

결국 지난달 말 시설 폐쇄 처분이, 이달 초에 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텐트와 천막들을 지나서 가다 보면 이렇게 희망원이 나옵니다.

지금은 보다시피 문이 닫혀있는데요. 

이 안쪽에 보이는 파란색 건물이 아이들이 원래 생활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아이들은 헤어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시설아동 : 적어도 14년을 같이 살았고 많으면 18년을 같이 살았어요. 가족 같은 애들을 하루아침에 헤어지라고 해 놓고. 한 달 가 있을 때 시설장 교체, 폐쇄까지 다 되어 버린 거예요.]

아이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시설아동 : 저희가 다른 곳으로 갈 때는 '얘네는 안정된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런 주장은 없었어요.]

아동복지법상 시설장이 상담을 해야 하지만, 그 절차는 없었습니다.

[조윤환/고아권익연대 대표 : 아이들이 납득이 안 되는 상태에서 시설 자체를 옮기는 것 자체도 정신적·육체적·심리적 폭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이들은 하나둘, 다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희망원 관계자 : 집이 그리워, 집 앞에 오니까 뛰어노는 게 좋은 거죠. 같이 생활하던 형제자매들한테 '나 집에 왔다' 하니까 그 아이들이 두 명이 되고 네 명이 되고, 열 몇 명이 된 겁니다.]

처음엔 돗자리만 펴놓고 지냈습니다.

[희망원 관계자 : 방법이 없어서 비닐이라도 덮어 주려고 했더니 봉사자들이 연락을 받고 오셔서 회원들 간에 연락을 통해서 텐트 4개가 수급이 되어서.]

사정이 알려진 뒤 후원 물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열악합니다.

강풍에 텐트가 날아가고, 밤이 되면 어둠과 추위가 몰려옵니다.

[시설아동 : 씻는 건 어쩔 수 없이 못 씻어요. 옷도 일주일에 한 번 갈아입어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잘못했는데, 왜 자신들이 힘들어야하는지 묻습니다. 

[시설아동 : 시설 측의 잘못이 있지만 우리는 피해자잖아요.]

바라는 건 하나, 함께 살게 해달라는 겁니다. 

[시설아동 : 우리는 그냥 여기를 원하는 거예요. 희망원을 원하는 게 아니라.]

희망원의 이사장은 모든 운영과 권리를 위임할 테니, 아이들만 함께 생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청주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쇄 결정이 난 거라며, 아이들을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청주시청 관계자 : 계속 상담하고. 월·화·수·목·금·토·일 나와서 아이들 안전하게 귀가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새날이 밝았지만 희망원의 문은 오늘도 굳게 닫혀있습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날들을 이 길바닥 위에서 보내게 될까요.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이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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