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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투수"…35년 전 오늘, 박철순 야구가 시작됐다

입력 2015-01-28 22:05 수정 2015-02-2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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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사조 박철순 선수, 은퇴한 지도 벌써 19년이 지났습니다. 박철순은 35년 전, 1980년 오늘 밀워키 브루어스와 입단계약을 했습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 대기록으로 포장된 혹사에 멍들어서, 통산 100승도 채우지 못했던 그를 오광춘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김영덕/1982년 OB 감독 : 그때 당시 철순이는 '절대'였습니다.]
[김인식/1995년 OB 감독 : 최고의 투수였죠.]
[하일성 위원/야구해설가 : 불굴의 힘을 갖고 있다]
[이광환/1982년 OB 코치 : 시대를 잘못 태어난 거죠]

1995년 한국시리즈 7차전. OB가 4대2로 앞선 9회 초 투아웃. 주자 2, 3루의 롯데가 안타 하나면 동점을 만드는 상황.

덕아웃 한쪽에서 가슴 졸이던 박철순이 울먹입니다.

[중계 캐스터 : 투수 잡아서 어디로, 1루로. 경기 끝났습니다.]

환호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서른아홉 박철순은 펑펑 울었습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한국시리즈 6차전. 9회 마지막 타자를 땅볼로 잡은 뒤 감격하던 박철순.

박철순은 이 두 장면을 관통하는 13년의 시간 속에 갇혀 있습니다.

35년 전 밀워키와 계약하고 2년 만에 돌아온 박철순. 왜 꿈을 접었을까.

[박철순/OB(1982~1996년) : 후회라기보다 생각은 가끔 해요. 그 당시 메이저리그 가능성이 있었어요. 한국와서 뛸 수가 있는데, 프로야구가 생긴다니 앞뒤 잴 그게 없었어요.]

한국 프로야구, 박철순에겐 시작이 곧 정점이었습니다.

22연승과 원년 우승. 스물여섯 나이에 거둔 성공, 하지만 너무도 많이 쏟아냈습니다.

[박철순/OB(1982~1996년) : 허리 때문에 못 일어났죠. (진통제) 약 기운도 떨어지고 못 일어나겠더라고요.]

희생과 헌신, 그 이면의 그림자는 짙었습니다.

82년 80경기 중 36경기에 나와 224.2이닝 투구. 그리고 24승. 혹사와 투혼은 박철순을 규정합니다.

[김영덕/1982년 OB 감독 : 오늘 던져도 내일 급하면 나가야 될 그런 시기였기 때문에 (박)철순이한테는 정말 고통스러운 한 해였지. 그러니까 내가 더 미안한 거예요.]

5번의 허리 부상, 3번의 발목 부상. 완생이었던 박철순은 미생이 됐습니다.

82년 24승 이후 단 한 번도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박철순/OB(1982~1996년) : 팬들은 막 말렸어요. 제발 그만하라고. 잘 던지는 것도 보기 싫고 운동장에서 쓰러지는 것도 보기 싫으니까, 제발 그만 좀 하십쇼.]

그래도 다시 일어나 던졌습니다.

1996년 마흔살에 이룬 최고령 승리투수. 왜 마흔까지 던졌을까요.

[박철순/OB(1982~1996년) : 솔직히 죄송한 말이지만 (팬)여러분들 위해서 야구하는 거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지.]

자기 확신이 강했던 박철순은 스스로 만든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겁니다.

더불어 하면 돼야 하기 때문에 아파도 이를 악물고 뛰어야 하는 멍에를 짊어졌습니다.

[정윤수/스포츠 평론가 :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산업화 과정의 많은 헌신과 희생, 그 역사적인 집합적 감수성을 대변해주는 그런 선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철순은 선동열 같은 폭격기도 아니었고 최동원 같은 무쇠팔도 아니었습니다.

원년의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이후 견디고 버텼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빛난 겁니다.

[박철순/OB(1982~1996년) : 피아노나 기타 같은 거 했으면 잘할 손이지. 운동선수 손이 절대 아니에요.]

그저 바라보는 야구가 아니라 깊게 들여다보고 느끼는 야구.

그래서 박철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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