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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관리는 뒷전…눌러도 대답 없는 '비상벨'

입력 2016-09-1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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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스마트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무인설비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범죄나 사고 예방부터, 생활편의를 위한 24시간 관리까지, 무인 시스템에 의존하는 기능이 갈수록 늘고 있는 건데, 문제는 그럴듯하게 설치만 해놓고 관리를 안해서 무용지물이 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중곡동의 한 골목길입니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서 설치해 놓은 무인 감시 분리수거함입니다.

CCTV로 촬영 중이라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는데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닐류를 버리는 곳에는 이렇게 플라스틱 용기가 버려져 있고요. 또 이쪽 스티로폼을 버리는 곳에는 따로 분리해서 버려야 할 수액 비닐팩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무인 감시체계가 벌써 작동됐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단속이 이뤄지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봉균/서울 중곡동 : (무단 투기하는) 그런 사람을 한 번 잡은 적 있냐고. 없잖아. (감시 장치를) 해놓으나 마나 하니까 결론적으로 세금 낭비 아니야.]

서울 창동의 한 골목길에도 쓰레기 무단 투기 감시용 무인 장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감시 설비를 비웃기라도 하듯 바로 옆에 버려진 쓰레기가 굴러다닙니다.

최근 몇년 새 지방자치단체들은 '스마트 행정'이라며 앞다퉈 각종 무인설비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치만 해놓고 관리는 제대로 안 하는 바람에 무인설비들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겁니다.

[위험하오니 뒤로 물러서 주십시오.]

차도 가까이 다가서자 뒤로 물러나라는 경고방송이 나옵니다.

서울 광진구청이 횡단보도에 설치한 보행자 안전대기 무인장치입니다.

무단횡단을 하려는 보행자가 있으면 자동으로 경고방송을 내보내 사고를 막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관리 소홀 등으로 센서가 작동하지 않는 설비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 정작 무단횡단이 많은 번화가에서는 이 설비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횡단보도에도 몇 년 전 안전대기장치가 설치돼 있었는데요.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철거돼 버렸습니다.

[주변 상인 : (장치가 있을 때) 작동이 됐다 안 됐다 하고 손님들마다 발이 걸려서 넘어지기도 하고, 내가 봤을 때는 무용지물이야.]

구청은 장비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서울 광진구청 관계자 : (번화가 인근) 거기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돼 2015년에 다른 곳으로 이설한 겁니다. 스피커에 대해서는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지자체가 앞다퉈 설치하고 있는 비상벨입니다.

긴급상황이 생겼을 때 이 비상벨을 누르게 되면 내장되어 있는 스피커와 마이크, 그리고 CCTV 등을 통해서 상황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직접 한 번 눌러보겠습니다. 비상벨을 눌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일대 비상벨을 다 둘러봤지만 모두 작동이 안되는 상태입니다.

구청들이 관리하는 비상벨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비상벨이 거미줄로 뒤덮여 있고 쓰레기 분리 수거함에 가려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언희/서울 연희동 : 여기 (비상벨이) 있는지도 몰랐고 이렇게 가려져 있으니까 더 모르겠고, 작업실이 있어서 매일 저녁마다 왔다 갔다 하거든요.]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 마포구청은 뒤늦게 관내 비상벨을 점검하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마포구청 관계자 : 저희가 돌아다니면서 눌러보기는 하는데 아날로그 방식이다 보니 고장이 좀 잦아요. 그래서 (디지털 방식으로) 교체를 계획하고 있거든요.]

주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다는 그 취지는 분명 좋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뜻으로 만든 시설이라도 세심한 관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이용하는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물론 중요하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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