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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내려오면 안 돼요?"…떡국 한그릇과 '체공(滯空)'

입력 2015-02-1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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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7일)도 앵커브리핑으로 문을 열겠습니다.

오늘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는 '체공'입니다.

'하늘에 머물러 있는 여성', ' 체공녀'…
지금 사람들 귀에는 매우 듣기 낯선 이 단어는 1931년 언론이 대서특필하면서 세상에 나왔습니다.

평양 대동강변 을밀대 지붕에 올라간 여성은 평원 고무공장에서 일하던 31살 강주룡입니다. 힘든 노동에 낮은 임금을 견디며 일하던 와중에 회사가 임금을 더 깎겠다고 하자 억울함을 호소할 장소로 택한 것이 40척, 12m 을밀대 지붕 위였습니다.

당시 신문은 그녀가 새벽 1시에 올라가 아침 8시 40분까지 머물렀다고 전합니다. 이렇게 강주룡은 우리나라 첫 고공농성자로 역사에 기록돼 있습니다.

체공인들은 지금 우리 주변에도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 20m 광고탑위 또 평택 쌍용차공장 70m 굴뚝 위에… 그런가하면 저 멀리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에도 있습니다. 8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늘은 노동자들에게 있어 법도 더 이상 내편이 안 된다고 여길 때 억울하고 답답함을 호소할 길이 없어 찾는 마지막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우리는 닷새간의 기나긴 설 연휴에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텅빈 도시, 공장. 그 하늘에서 보내는 고공 농성자들의 시간은 어느 때보다도 힘들 것 같습니다.

굴뚝 농성하는 아빠들 앞으로 아이들이 보낸 그림과 꼭꼭 손으로 눌러쓴 편지입니다. 아빠들 마음이야 한걸음에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고픈 심정이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번 설 고향으로 향하는 다른 이들의 발걸음이 가벼운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뉴스, 바로 어제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보너스는커녕 월급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지난해 신고한 이들만 29만 명이라지요. 기나긴 불황속에 마음마저 움츠러들어 고향 가는 걸음이 더 무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밥상 한편에 식어가는 떡국 한 그릇 어머니는 설날 아침 떡국을 뜨다 목이 메이신다"

박남준 시인의 시 '떡국 한 그릇'입니다.

한손 가득 선물이 없어도 두둑이 찔러 줄 세뱃돈이 없어도 가족끼리 둘러 앉아 따뜻한 떡국 한 그릇 나눠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런 설이 모두에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지금 하늘에 의탁한 고공 농성자 체공인들에게도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소원합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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