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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하염없는 기다림…얼어붙은 인력시장의 새벽

입력 2020-04-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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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추세가 꺾이고는 있지만 우리 생활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습니다. 특히, 일용직 노동 시장은 일감이 떨어져서 노동자들이 새벽에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헛걸음하기도 일쑤입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가 새벽 인력시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새벽 4시가 넘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일을 구하기 위한 발길입니다.

[일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 이제 오기 시작하네. 좀 더 있어야 돼요.]

대부분이 두터운 점퍼를 입고 있습니다.

저마다 마스크도 썼습니다.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삼거리 앞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길 주변을 따라 많은 인력 사무소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각인데도 일감을 구하려는 노동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인력시장 중 가장 큰 한 곳이라고 하는데 일감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백 개가 훌쩍 넘는 인력 소개소가 있는 남구로역 일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노동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 지난달엔 한 주 나갔나. (7일 정도) 네.]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 잘 나가면 일주일 나가면 많이 나가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천막도 들어섰습니다.

[구로구 코로나19 안내소 관계자 : 손소독도 하고. 마스크도 잘 착용하고.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확진자 나왔나 증세가 어떤 건지 물어보고.]

소독제도 가져다 놨지만 사람 자체가 줄었습니다.

[구로구 코로나19 안내소 관계자 : 도로까지 점령해서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그렇게 별로 없잖아요.]

새벽 다섯 시를 조금 넘은 시간입니다.

도로 주변을 많은 승합차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데요.

건설 현장으로 떠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일감이 줄면서 이렇게 많이 서 있어도 출발하지 못하는 차들이 많다고 합니다.

일용직 노동자 대부분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각종 지원 정책에서 뒷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경렬/건설 노동자 : 돈 쓸 일밖에 없는 거예요. 할 일이 뭐 있어요. 그러니까 나와서 피곤하더라도 일을 하는 거죠.]

길에서 만나 일 가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김씨가 어딨어? 한참 찾았네. (지금 출발하시는 거예요?) 네.]

많지가 않습니다.

인력 소개소를 찾는 발길도 뜸해졌습니다.

[인력소개소 관계자 : 크죠, 타격이. 작년으로 비교를 하면 한 3분의 2 정도가 안 나온다고 봐야죠.]

와서도 하염없이 기다릴 뿐입니다.

[일용직 노동자 : 오늘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취소됐어. 차에 탔는데 나오지 말라 이렇게 됐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기다렸지만.

[OOO씨 내일 와요. 내일. 일이 없네요 오늘.]

주섬주섬 챙겨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일용직 노동자 : 아르바이트 광고 볼 거고. 먹고살 거 있으면 하고.]

다음 날 새벽 같은 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서성이며 일을 찾습니다.

이곳 남구로역 일대는 크게 두 가지 지역으로 나뉘어있습니다.

이 반대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기다리는 곳이고요.

이 건너편 은행 앞은 중국인 노동자나 동포들이 일감이 있나 기다리는 곳입니다.

주로 중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다고 하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본국으로 많이 돌아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당장 하루가 급합니다.

[일용직 노동자 : 일이 있어야 뭐 어떻게 해 먹죠. 집세 내야지. 먹고사는 게 엄청 힘들거든 지금. 코로나가 사그라져도 일이 없으니까 그게 문제라고.]

날이 밝아오는 새벽 5시 55분.

환경미화원들의 청소는 파장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환경미화원 : 쓰레기도 좀 줄고. 코로나 때문에 막혀서 사람들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제 다시 집으로 가야 합니다.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 저는 욕심도 안 부려요. 먹고만 살면 되는데. 잘살아 보려고 해도 그렇게 안 돼요. 이건 끝났어.]

이렇게 이곳에 청소가 시작되면 새벽을 버티던 사람들의 흔적은 지워지고 노동자들은 다시 내일을 기약해야 합니다.

이들이 맘 편히 내일을 맞이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까요.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이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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