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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곶감·썩은 배추…철지난 장마에 농가 '된서리'

입력 2015-11-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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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극심한 가뭄으로 비 좀 제발 와라와라 했었는데, 이례적으로 11월 들어서 비가 많이 오자, 또 걱정인 농민들이 있습니다.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잘 말려져야할 곶감에 곰팡이가 가득하고, 수확을 앞둔 농작물들도 썪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전해드립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나라 곶감 최대 산지인 충북 영동군의 한 마을, 곶감 마을답게 집집마다 곶감이 주렁주렁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곶감 곳곳에 검푸른 반점이 눈에 띕니다.

모두 곰팡이입니다.

습한 날씨 탓에 대부분의 곶감에 곰팡이가 슬었는데요.

곰팡이가 손에 그대로 다 묻어나올 정도입니다.

또 제대로 마르지 않은 곶감들이 바닥으로 계속 떨어지면서 군데군데 감꼭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떨어진 감이 바닥에 가득하고 곶감 걸이는 절반 넘게 텅 비어있습니다.

[서원석/충북 영동군 : 감이 툭툭 떨어지는 거야. 내일모레 비가 또 다시 온다고 하니까 그때 되면 완전히 다 떨어지겠죠.]

선풍기에 열풍기까지 동원해 곶감을 말려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김정대/충북 영동군 : 선풍기를 틀면 조금 낫다고 해서 (지역에) 선풍기가 동이 나가지고 그것도 못 사요. 열풍기도 지금 없대요.]

곶감으로 만들어야 할 감이 창고에 수십 상자가 쌓여 있지만 꺼낼 엄두도 못 냅니다.

맛이나 냄새는 정상적인 곶감과 큰 차이가 없지만 겉면에 핀 곰팡이 때문에 상품성이 없어 내다 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성자/충북 영동군 : 200만원 정도 인건비가 들어갔는데 이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잖아요. 속상해 죽겠어요, 아주 그냥.]

경북 청송군의 한 콩밭입니다.

수확을 끝낸 콩 더미가 밭 곳곳에 쌓여있습니다.

이렇게 며칠 동안 말린 뒤 탈곡을 해서 출하를 해야 하지만 콩 출하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에 콩이 대부분 썩어버린 겁니다.

[김광식/경북 청송군 : 곰팡이가 발생하고 콩이 발아가 되고 색상에 변형이 오고 있습니다. 이걸 어느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도 없는 거고 실정이 그렇습니다.]

왼쪽의 정상적인 콩과 비교해보니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미 싹이 튼 콩도 곳곳에 눈에 띕니다.

인근 깨밭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수확된 들깨가 밭 곳곳에 덩그러니 방치돼 있습니다.

바짝 말라 있어야 할 깨에 여기저기 곰팡이가 슬었습니다.

습기를 견디지 못해 썩어버린 깨도 많습니다.

강원도 강릉의 배추밭, 김장철을 앞두고 수확이 한창 진행됐어야 하지만 배추가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겉만 봐서는 배추 상태가 크게 나빠보이지 않는데요.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모두 다 썩어 있습니다.

이곳 역시 비 피해를 입은 겁니다.

전체 배추 가운데 절반 이상이 썩어버렸습니다.

[최종성/강원 강릉시 : 처음에 올 때는 비가 참 반가운 비였는데 15일 넘게 계속 오고 있거든요. 너무 많이 오다 보니까 배추가 크면서 서서히 썩어들어가는 병이 생겨요.]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궂은 날씨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현수/기상청 장기 예보관 :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3배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12월의 경우에도 비슷한 기압계가 유지되면서 전체적으로 다소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오랜 가뭄으로 고통을 받고 있던 지역에서는 이번 장마가 더없이 귀한 손님일 텐데요.

하지만 누군가에겐 이 장마가 또 다른 시름을 안겨주는 불청객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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