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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귀국 일주일째…'반기문 바람', 일단은 미풍?

입력 2017-01-18 17:53 수정 2017-01-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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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지 1주일째가 됐습니다. 많은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죠. 그러나 아직까지는 반기문 돌풍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18일) 일부 언론은 '반기문 바람이 미풍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제목도 뽑았는데 그 원인을 여당 발제에서 분석해보겠습니다.

[기자]

오늘로 1주일째입니다.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 직후부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죠. 천안함부터 봉하마을, 그리고 팽목항까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면서 광폭 행보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성적은 신통치 않은 것 같습니다. 반 전 총장 귀국 이후, 그러니까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31.4%, 반기문 전 총장이 20%를 기록했습니다.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문재인 독주 체제가 더 공고해진 모습입니다. '반기문 바람', '반풍'은 왜 '미풍'에 그치고 있을까요.

첫 번째로 이른바 반반 전략의 한계를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반 전 총장은 지지층을 확장하기 위해 이념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취했죠. 지방 일정도 보수 절반, 진보 절반씩으로 구성했습니다.

오늘은 그 결정판입니다. 오전엔 5·18 국립묘지, 오후엔 대구 서문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오전엔 진보, 오후엔 보수. 오늘 하루에만 오락가락 이념 행보를 보인 겁니다. 반 전 총장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면서 일종의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판단했을 겁니다. 그래서 연일 진보와 보수의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기문/유엔 전 사무총장 : 그러면 내 정치 성향이 뭐냐. 당신은 보수층이다, 당신은 진보층이다, 정말 일시적인 현상이고 너무 그렇게 아우르는 것은, 구분하는 건 좋지 않다. 나는 안보나 이런 데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죠. 그러나 사회 문제, 경제 문제 어떤 취약자라든지 저는 상당히 열린 마음으로 이 분들을 갖다 포용한다, 이런 생각입니다.]

하지만 오판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 전 총장이 가는 곳마다 환영 피켓과 반대 피켓이 뒤엉킨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죠. 이념적 모호성이 오히려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로 지칭한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정작 캠프의 면면을 보면 진보 인사는 없고, MB정부 출신들만 눈에 들어옵니다.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신중하게 잘 도와드리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캠프 구성은 보수 일색이면서, 대통합 행보를 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풍이 미풍에 그친 두 번째 이유. 이미지 정치의 한계입니다. 뚜렷한 정치적인 메시지는 없고 보여주기식 행보만 하다 보니, 이런저런 논란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지하철 발권기에 2만 원을 한꺼번에 넣고, 외국산 생수를 집어 들고, 노인 수발을 부적절하게 했다는 논란까지. 그야말로 '논란왕'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입니다.

어제는 또 퇴주잔 논란까지 있었죠. 물론 편집상의 이유로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습니다. 반 전 총장 측이 밝힌 대로, 전체 영상을 보면 제례 절차를 제대로 지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대선판에선 이런저런 확인되지 않은 네거티브 공격도 펼쳐지기 마련입니다. 불필요한 논란까지 확산되는 건 대응에 미숙했던 결과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메시지보다 이미지를 앞세우는 과정에서 생긴 잡음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원조' 충청의 맹주인 김종필 전 총리조차 "당당한 메시지가 아쉽다"면서 꼬집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건, '정치 초보'의 한계입니다. 반 전 총장은 조율되지 않은 본인 생각을 불쑥 말해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기자들과 치맥 간담회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죠.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것부터 빡빡한데 입당은 필요하다" 기존 정당에 입당하겠다는 건 캠프와 조율되지 않은 개인 의견입니다. 그래서 이 발언을 진화하느라 캠프에서 진땀을 좀 흘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도 문제가 됐습니다. '부디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말한 게 마치 탄핵에 반대하는 것처럼 해석됐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잠재적 연대 대상인 정치 세력들이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탄핵이 안 됐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반기문에 대해 문을 거의 닫았다" 보수 세력인 바른정당에서조차 "충격적인 발언"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혜훈/바른정당 의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저는 또 제일 제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지금 탄핵 절차를 밟고 계시는 분한테 "부디 잘 대처하시기를 바란다." 꼭꼭 숨기고 잘 덮어라, 그런 말처럼 들리지 않아요? 우리 당에 오시려면 적어도 이념 정체성부터 좀 분명히 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발제를 음악으로 정리합니다.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

천 걸음을 가도 만 걸음을 걸어도
난 언제나 제자리걸음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 니가 와줄까봐

김종국의 '제자리걸음'입니다. 천 걸음, 만 걸음을 걸으면서 광폭 행보를 펼쳤지만, 반 전 총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뚜렷한 메시지는 없고 이미지 정치에만 매달린다"는 지적을 그냥 넘겨들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귀국 1주일 … 미풍에 그친 반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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