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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청년 체감실업률 34%맞나? 확인해보니…

입력 2016-06-20 21:57 수정 2016-06-2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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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 통계청이 뿔났습니다. 단단히 뿔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지난주 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청년 체감실업률 34.2%. 이것은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내놓은 수치죠. 그런데 통계청에서 내놓은 공식자료는 청년실업률이 9%였습니다. 몇 배씩 차이가 나니까 통계청장이 나서서 왜곡된 수치다, 기본이 안 돼 있다, 이렇게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본이 안 된 연구원이 된 셈이죠. 어떻게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인지. 통계청이 뿔을 낼 만 한지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오늘(20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보통은 해명자료 정도로 내고 끝내는데 통계청장이 직접 나서서 기자실을 찾아서 굉장히 이례적으로 직접 반박을 하고 갔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4일이었는데요.

발표가 나오자마자 유경준 통계청장이 기획재정부 기자실로 찾아와서 직접 해명을 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국제기준에서 웃음거리, 난센스다. 현대그룹에서 하는 연구소인데 언론에서 자꾸 다뤄주니 통계해석이나 수치를 자극적으로 낸다. 왜곡에 가깝다"고 비판을 했던 것입니다.

[앵커]

현대경제연구원 쪽의 이야기를 혹시 들어봤습니까?

[기자]

네, 들어봤습니다.

[앵커]

앞으로 할 이야기에 들어가 있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나중에 질문하도록 하죠. 상당히 거세게 비판한 셈인데. 보통 집계 방식에 따라 통계 숫자가 조금씩 바뀌는 경우가 있긴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큰 차이가 나는 건 어떤 이유입니까? 뭘 근거로 해서 양측이 한 것입니까?

[기자]

실업률 집계방식을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자료에서 기준으로 삼은 시점이 작년 8월, 15~29세까지 청년층인데요. 통계청에서 낸 공식실업률은 8%였습니다.

통계청에선 여기에 알바생을 포함시킨 보조지표1, 취업준비생을 포함시킨 보조지표2, 분모가 조금 달라지기는 하지만 둘 다 반영한 보조지표3을 함께 계산해서 보통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실업률이 22.6%까지 오르지요.

그동안 실업률이 현실에 안 맞는다는 비판이 계속되니까 이를 반영해서 재작년부터 통계청이 이렇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비자발적 비정규직, 그냥 쉬고 있는 청년까지 포함을 시켜서 사실상 34%가 넘는다고 분석한 겁니다.

[앵커]

보조지표 3이 그나마 제일 높은데 그나마도 12%P 정도 더 높은 수치네요. 공식실업률은 제가 아까 9%라고 했는데, 8%로 발표했군요.

[기자]

현재 시점으로는 그렇고요. 2015년 8월 기준으로는 8% 였습니다.

[앵커]

'비자발적 비정규직'이라고 하면, 원하진 않았는데 일단 눈 앞에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아갔다, 여전히 자기 직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앵커]

아무튼 일은 하고 있는 것이니까, 실업자에 넣을 수는 없지 않느냐, 라는 게 통계청의 생각이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유 청장도 그렇게 지적을 했고요, 마찬가지로 '그냥 쉬고 있는 청년'은 일할 의지가 없는 것이니 실업률 통계에 넣어선 안 된다고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노동시장의 특징을 볼 때 34%가 정말 터무니 없는 숫자인 것이냐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최근 구직시장에는 '돌취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단 아무 회사나 들어간 뒤 퇴사해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경우를 말하죠.

한 취업포털 조사결과 20대 구직자 절반 가까이가 1번 이상 퇴사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요, 이처럼 청년층의 이직률이 높은 건 우리 노동시장만의 특이한 점이고 이게 청년 실업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냥 쉬는 청년'이 유독 많다는 점도 우리 노동시장만의 특징입니다.

[앵커]

그냥 쉬고 있다, 대개 조사원들이 와서 물어보면. 이것 저것 이야기하기 그럴 때가 있잖아요. 뭐하고 있느냐고 하면 '그냥 쉬고 있다'고 하지 나는 자발적, 비자발적 이런 거 이야기 안하잖아요?

[기자]

그래서 그냥 쉬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을 묶어서 그냥 쉬고 있으므로 따로 분류하는 건데요.

[앵커]

그게 정말 쉬고 있는 거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사람들이 많지 않겠습니까. 속마음은 취직하고 싶은 거죠. 누구나.

[기자]

그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드릴텐데요. 보통 니트족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일을 하지도 않고 일할 준비도 하고 있지 않는 층'을 말하는데, 아예 구직활동을 안 하는 비구직 니트족의 경우 90년대 말만 해도 50만 명 수준이던 게 점점 증가해 이제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지금 손 앵커 이야기한데로요, "경제도 안 좋은데 입사 시험봤다 떨어지면 경력상 안 좋은 거 아니냐, 즉 '낙인효과'가 있는 거 아니냐, 라고 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노동시장에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이 조사를 한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입니다.

그러니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이 포함시킨 그냥 쉬고 있는 청년, 니트족, 비자발적 비정규직, 돌취생, 모두 우리 청년 실업률을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앵커]

국제 기준상으로는 어떻습니까? 다른 나라는 어떻게 계산합니까?

[기자]

앞서 보여드렸던 4가지 기준 있었죠.

현재 통계청이 내고 있는 지표들은 국제노동기구가 ILO가 제시한 기준을 따른 게 맞습니다.

다른 나라도 대부분 그에 맞춰 발표하는데, 하지만 서로 노동시장의 제도나 규제가 다 다릅니다.

그러니 각국 사정에 맞춰 보완지표를 활용하라는 게 ILO의 기본 입장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4개 지표 쓰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6개, 캐나다는 8개, 각각 다양한 기준에 맞춘 통계 수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현실을 반영한 더 폭넓은 지표를 검토해보자는 제안이, 유 청장 표현대로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일인가 생각해볼 일인 것입니다.

[앵커]

지표가 다양할수록 그만큼 설득력이 생긴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현대경제연구원은 졸지에 기본도 안 된 연구소가 되어버렸는데.

[기자]

그 부분도 문제인데, 정부는 사실 임시공휴일 지정할 때 1조 3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매번 홍보를 했습니다.

그때 근거로 인용한 게 바로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였습니다.

필요할 때는 치켜세우고 마음에 안 들 땐 몰아세우는 모습, 지금 보이고 있는건데요. 민간연구소에 대한 정부의 압박, 이건 중국에서도 상당히 문제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영국계 페이텀 컨설팅에선 중국의 실업률이 이렇게 오르고 있다고 본 반면, 중국 내에서 발표하는 파란 그래프, 계속 4%대에 머물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설마 이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우리만의 공식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고집하는 게 청년 실업률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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