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리비아식 해법' 반대 내비친 청와대…미 '비핵화-FTA 연계'에 촉각

입력 2018-03-30 11:40

청와대 핵심관계자 "검증과 핵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가야"
트럼프 '비핵화-한미FTA' 연계 발언은 새로운 변수
정부, 비핵화 협상과 통상 이슈 분리 대응해나갈 듯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청와대 핵심관계자 "검증과 핵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가야"
트럼프 '비핵화-한미FTA' 연계 발언은 새로운 변수
정부, 비핵화 협상과 통상 이슈 분리 대응해나갈 듯

'리비아식 해법' 반대 내비친 청와대…미 '비핵화-FTA 연계'에 촉각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 일자까지 확정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청와대가 구체적인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남북과 미국 간 이견 조율 등 새로운 변수에 대응하는 데 고심하는 분위기다.

비핵화 협상을 위한 테이블 앞에 앉기 전 북한과 미국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기류 속에서 중재자로서 청와대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비핵화 협상에 연계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며 청와대에 더욱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가 풀어야 할 중요한 매듭 중 하나는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해법과 관련한 남북과 미국의 '동상이몽'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방중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내놔 문제의 당사자 간 비핵화 구상은 어느 정도 확인이 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한미가 선의로 우리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해 '행동 대 행동'에 입각한 단계적인 비핵화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평소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청와대로서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 동결에서 핵 폐기에 이를 때까지 여러 단계에서 서로가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선(先)핵폐기 후(後)보상' 기조의 '리비아식 해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해도 체제 보장을 담보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청와대는 이러한 '리비아식 해법'에 사실상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기자들을 만나 사견임을 전제로 "(리비아식 해법은) 북한에 적용하기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미국의 구상에 부정적인 뜻을 밝힌 것은 문자 그대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현실적' 카드가 나올 확률을 낮추고 앞으로 북한과의 의제 협상이나 물밑 접촉을 통한 북미 간 중재에 나서서 이견을 좁혀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비핵화 해법을 둘러싸고 감지된 북미 간 견해차를 놓고 극적인 타결 가능성을 작게 예단하는 목소리들이 회담에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한 우려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발표한 FTA를 북미 대화에 연계하겠다고 시사한 것은 청와대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대중연설에서 한미FTA 개정 협상이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나서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그것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러는지 아느냐. 이것은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은 비핵화 대화에서 한미FTA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하는 청와대와 우리 정부에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입장에 동조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한미FTA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에 적잖이 난처해 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오전 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보고가 있었다"며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백악관의 추가 설명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삼갔다.

다만, 청와대로서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한미FTA' 연계 카드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비핵화 협상도 그렇지만 한미FTA 문제도 그 자체로 중요성이 워낙 커서 특정한 사안과 연계하기 어렵다는 게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FTA 개정과 우리나라의 환율 개입을 막는 협상이 패키지로 이뤄진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두고서도 "한미FTA는 축구 경기를 한 것이고 환율 문제는 다른 경기장에서 야구를 한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뒷받침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미국이 철강관세 부과 등 통상 압박 수위를 본격적으로 올리던 시점에 '안보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며 철저하게 두 이슈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도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외교·안보의 문제라면 한미 간 신뢰에 흔들림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통상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통일부, 북의 정상회담 일정 미보도에 "내부 사정 의한 것" 청와대 "'선 핵폐기 후 보상' 리비아식 해법 북한에 적용 불가" 문 대통령-김정은 4월 27일 만난다…내달 4일 실무회담 한미 FTA, 북핵 협상 지렛대로?…트럼프, 개정 연기 시사 한미FTA 환율 논란…미국 "함께 타결" vs 정부 "별개 협상"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