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부남과 내연관계였던 한 여성이 아이를 임신했는데, 이 아이를 낙태하는 조건으로 50억 원을 챙겼다면 공갈죄가 성립될까요? 대법원의 판단은 '무죄'였습니다.
신혜원 기자입니다.
[기자]
40대 여성 윤 모 씨는 지난 2005년 등산 모임에서 18세 연상인 유부남 신 모 씨를 만나 내연 관계로 지내오다 2008년 신 씨의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신 씨는 재산이 1천억 원대인 자산가였습니다.
유부남 신 씨는 윤 씨와 협상을 벌였고 아이를 낙태하는 조건으로 50억 원을 건넸습니다.
이후 낙태를 확인한 신 씨는 다시 돈을 돌려달라며 윤 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윤 씨가 임신 초기 프랑스에 간다며 몰래 산부인과에 입원해 안정기에 접어든 다음 임신 사실을 알렸고,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며 협박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윤성식/대법원 공보판사 :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한 것은 합의 금액 조정 중 감정이 격해져서 우발적으로 말한 것으로 공갈죄와 협박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임신과 낙태를 이용해 돈을 챙긴 윤 씨의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는 있다"면서도 "사회적 지위를 의식한 신 씨가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해 협상이 진행됐고, 윤 씨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협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