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구호품 얻으려다 압사까지…43만 로힝야족 '2차 재앙' 우려

입력 2017-09-18 11:40

식량·쉼터·위생시설 태부족…"구호 늘리지 않으면 생명 위협"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식량·쉼터·위생시설 태부족…"구호 늘리지 않으면 생명 위협"

구호품 얻으려다 압사까지…43만 로힝야족 '2차 재앙' 우려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의 유혈충돌을 피해 국경을 넘은 난민들로 북새통인 방글라데시 동남부 쿠투팔롱의 난민촌 인근 도로.

지난 15일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도로에 등장해 옷가지와 식량 등 구호품을 난민들에게 던지기 시작했고, 구름떼처럼 몰려든 난민들 틈에서 구호품을 받으려던 여성 한 명과 2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었다.

CNN 방송은 18일 현지 구호단체 인터 섹터 코디네이션 그룹(ISCG)을 인용해 난민캠프의 압사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이 사고가 로힝야족 난민들로 북새통인 방글라데시 난민촌의 절망적인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보도했다.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對)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습격한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과 이들을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소탕전에 나선 미얀마군의 유혈충돌이 시작된 지난달 25일 이후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난민은 무려 43만명에 이른다.

이미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 인근의 난민촌은 수용 한계를 넘겼고, 쉼터를 찾지 못한 난민들은 길거리에 주저앉아 굶주림과 피란길의 피로를 견디고 있다.

워낙 많은 난민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현지 관리들과 구호단체들은 구호품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생필품 부족사태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이브더칠드런 방글라데시 지부의 마크 피어스는 "많은 난민이 굶주림과 피로를 안고 난민촌에 오지만 이곳에도 식량과 물이 부족하다"며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식량과 쉼터, 물은 물론 위생시설도 태부족이다. 기본적인 생필품을 조달받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하고 결국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규모를 시급히 늘려야 한다. 국제사회가 구호를 늘려야만 가능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난민을 떠안게 된 방글라데시 정부는 1만여 개의 쉼터를 더 짓고 도로변에서 노숙 중인 10만 명의 난민을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지역에 대규모 난민 수용소를 새로 짓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국제이주기구(IOM)의 크리스 롬은 "사람들이 진흙투성이의 끔찍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들을 구호의 손길이 미치는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야만 깨끗한 물과 위생용품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민의 비극은 아비규환의 난민촌에서만 목격되는 게 아니다. 아직 미얀마-방글라 국경지대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몇 주째 발이 묶인 난민이 수천 명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로힝야족 난민의 입국을 불허하는 방글라데시 당국의 제지로 국경을 넘지 못한 경우도 있고, 고향 마을로 돌아가고 싶지만, 유혈충돌이 두려운 경우도 있다. 이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황무지에 움막을 짓고 생활한다.

라카인주 매 디 마을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는 로힝야족 난민 모함마드는 AFP통신과의 통화에서 "우리 마을에서 빠져나온 150가구가 움막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방글라데시로 갈 의향이 없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식량과 물, 의약품을 제공하는 건 미얀마군이 아니라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다.

이들을 돕고 있는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 사령관 만주룰 하산 칸 중령은 "난민들이 계속 황무지에 살 수는 없지만 오랜 기간 그곳에 살 것 같다"며 "방글라데시는 못사는 나라지만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얀마 라카인주의 외딴 지역 2개 마을에서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로힝야족 수천 명이 마을을 에워싼 불교도들에게 포위당한 채 살해 위협에 떨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아 나욱 핀 마을에 사는 마웅 마웅씨는 통신과 전화통화에서 "불교도들이 모든 길을 차단하고 있다. 식량이 떨어져 곧 굶게 될 것 같은데 그들은 민가를 불태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로힝야족은 불교도들이 마을에 나타나 즉각 떠나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라카인 주 정부 관계자는 불교도들이 로힝야족을 위협한다는 소식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면서 우려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로힝야족을 살려라"…유럽 난민단체 구호선, 미얀마로 미얀마 군의 '인종 청소'…로힝야족 행렬에 기관총 난사 지옥같은 성노예 생활…로힝야·야지디족 여성들의 눈물 "미국 관리, 북과 아직도 거래하는 미얀마에 관계끊으라 압박" '북한과 거래'에 찍힌 그들…미, 중국기업 압박 본격화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