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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달팽이'…소망하는 그 곳을 찾아서

입력 2016-07-14 21:43 수정 2016-07-1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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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습기 가득한 여름 밤. 집으로 돌아가다 아스팔트 길거리 어딘가에서 한참을 쪼그려 앉아 있었다던 어느 젊은 친구의 사연을 듣습니다.

그가 물끄러미 바라봤던 것은 '달팽이' 한 마리. 느리지만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모습이 꼭 나의 모습인 것만 같아서…

힘겨운 그 걸음걸음을 오랫동안 응원해주고 싶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거리의 열기 속에서 달팽이는 언젠가 소망하는 그곳을 찾아갈 수 있을까…

패닉의 이 노래 '달팽이'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것은 답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갑갑한 현실에 대한 '공감' 때문이었겠지요.

6500원 언저리. 지리한 다툼 끝에 시한까지 넘겨서 최저임금은 그렇게 정해질 모양입니다.

나서서 중소기업을 걱정해주면서 10원도 못 올리겠다고 주장해온 재계 입장에서 보자면 매우 통 큰 양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최저시급이 얼마나 오르느냐에 따라 문을 닫느냐 마느냐가 걸려 있다는 소규모 업체의 비명 소리는 대기업이 기댈 언덕이 돼주고 있는 아이러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부터 해결해서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야 하며 그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란 주장은 너무나 멀고멀어서 그저 비현실적인 소리인 양 들리는 2016년의 대한민국….

그렇다면 지난 총선 때 저마다 외쳤던 '최저 임금 만원'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나온 계산이었던 것인가…

15달러. 우리 돈 1만 7000원의 최저임금이 논의되고 있는 미국. 이미 시급 15달러를 넘어 우리 돈 1만 8000원이 기본인 호주.

언제 들어도 꿈만 같은 남의 나라 일입니다.

혹시 우리의 정당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희망고문으로 표를 얻어 가려 한 것은 아니었던가…

뜨거운 태양을 견디며 걸어가는 달팽이의 여정은 다시금 길어질 것만 같습니다.

그 고단한 마음들 때문이었을까… 너무나도 오만하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던 그들에게 폭발하듯 분출했던 사람들의 마음…

그러나 한 사람의 파면으로 사람들이 분을 풀려고 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힘겹게 자신의 몸을 밀며 푸른 바다를 꿈꾸는 달팽이의 삶. 스스로를 향한 쓸쓸한 위로를 담고 있는 이 '달팽이'라는 노래는 아무래도 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마음과 마음 사이로 불리게만 될 것 같습니다.

오늘(14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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