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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면?…아이들도 '신분 대물림'

입력 2014-12-24 21:56 수정 2014-12-2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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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면? 당연히 그 아이들도 불법체류자 신세가 됩니다. 이른바 대물림이지요. 그런데 당연하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현실이 있습니다. 예방접종부터 교육까지 되는 게 없습니다. 이자스민 의원이 낸 이주아동 권리보장을 위한 법안이 뉴스가 됐지요?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심수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은평구의 산부인과 병원입니다.

몽골인 어모 씨는 며칠 전 이 곳에서 아기를 낳았습니다.

어씨는 한국에서의 체류 기간이 만료된 뒤 모텔에서 몰래 청소를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법체류 이주여성/몽골 : 불법으로 사는 것이 많이 힘들어요. 일하고 싶은데 외국인 등록증이 없거든요. 아기는 3개월 후에 몽골에 보내려고요.]

곧 출산 예정인 필리핀 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불법체류 이주여성/필리핀 : 아기를 키우면서 여기서 어떻게 일해요. 필리핀 보내야 해요. 난 돈을 벌어야 하거든요.]

이곳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신 마리아 막달레나/도티기념병원 수녀 : 불법체류 환자들이 많고요. 합법체류인 환자도 많이 와요. 1년에 500명, 600명,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문제는 이들 중 대부분이 병원을 나선 뒤 한국에서 몰래 아이를 키운다는 겁니다.

이주 노동자의 최장 체류 기간은 4년 10개월입니다.

부모가 이 기간을 넘겼다면 태어난 아이 역시 불법 체류자가 되고 맙니다.

현재 국내법 상 이주자의 출산 자녀에 대한 등록 제도는 따로 없습니다.

아이의 삶이 평탄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김해성/지구촌사랑나눔재단 대표 : 부모가 불법체류이고 아이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아이는 불법체류 신분입니다. 또 외국에서 부모 손을 잡고 따라온 아이라도 부모가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하면 아이도 불법 신분이죠. 정부가 받지 못하겠다는 것이고 한국 국적도 취득할 수가 없습니다.]

취재진은 이주 노동자의 아이들이 머무는 가리봉동의 어린이 마을을 찾아가 봤습니다.

6세 이하의 아이들 70여 명이 모여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공연 준비에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 중 적잖은 아이들은 아파도 병원 한번 제대로 못 갑니다.

[황영숙/교사 : 합법체류 신분인 아이들은 보건소에 가면 접종이 가능해요. 불법 신분의 아이들은 등록이 안 돼 일체 돈을 다 내야 해요. 열이 오르면 약국에 가서 열 내리는 약을 사서 집에서 먹이고 방치해요.]

보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해성/지구촌사랑나눔재단 대표 :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해 보육료 30만~40만원 전액을 다 자부담해야 합니다. 방에 먹을 것을 챙겨놓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부모가 출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이 때문에 일부 이주 여성들은 브로커의 꼬임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부모와 아이 모두 신분 세탁이 가능하다는 말에 속는 겁니다.

[손종하/전 출입국관리사무소장 : (브로커가 접근해) 도와준다는 명목하에 고액을 요구하는데 일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고요.]

아이를 한국인 가정의 호적에 올려주는 대가로 금품이 오가는 사례도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불법체류 여성 가운데서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불법체류 이주여성 : 호적이 없으면 학교도 못 가고 병원에 가도 치료는 엄청 비싸요. 출생신고 해주는 언니가 중국 사람인데 남편이 한국 사람이에요. 출생신고를 해줘서 그 아이는 한국 아이가 됐어요.]

결국 아이를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 아이들을 모두 받아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10여 년 전, 불법 체류자인 부모가 아이를 낳았을 경우 체류 기간을 연장해줬습니다.

하지만 제도를 악용한다는 반론 탓에 이를 철회했습니다.

최근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주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을 냈습니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도 의무 교육과 기본 의료 같은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특별 체류 자격을 주고 부모의 추방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인권 단체들도 입장을 같이 합니다.

[소라미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출신, 국적, 부모 신분을 불문하고 보편적 출생 등록 제도를 도입하라고 했습니다.]

소중한 생명이 거리로 내몰리지 않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들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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