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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 오토바이 '앞번호판' 달면 '무법 라이더' 잡을 수 있을까

입력 2021-09-11 18:43 수정 2021-09-1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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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횡단보도 건너는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지나가 깜짝 놀랐다는 분들, 요즘 많습니다. 실제, 경찰이 하루 단속으로 불법 주행 오토바이, 3백 건 넘게 잡아낼 정도입니다. 단속 피하려고 번호판을 까맣게 칠하거나 인형을 달아서 가리고 다니는 운전자도 생겨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업계에선 크게 반발합니다만, 오토바이도 자동차처럼 '앞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크로스체크 윤재영, 서준석 두 기자가 이 문제,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배달 주문이 많아지는 점심시간.

불법 주행을 하는 오토바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지선을 넘어 정차하는 오토바이부터, 파란불이 들어온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사이를 주행하는 유형, 그리고 신호와 차선을 모두 무시하는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까지.

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늘면서 거리엔 오토바이 숫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 한 해에만 이륜차 38만 대가 신규로 등록됐습니다.

늘어난 만큼 교통법규 위반 건수, 그리고 사망자까지 늘었습니다.

지난 2일,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경찰이 하루 만에 적발한 교통위반 건수만 무려 329건이었습니다.

취재진이 동행한 지난 9일, 안산 한 곳에서만 한 시간 반 만에 21건이 적발됐습니다.

[장성순/안산상록경찰서 교통안전계장 : 이륜차를 운행하는 분들께서 저희가 현장에 있을 때만 잠깐 법규를 지키는 척하고, 철수했을 때에는 평상시처럼 법규 위반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단속이 엄격해지자, 곳곳에서 실랑이가 일어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 (저 빨간불 보이시죠?) 노란불에 빨리 제가 지나왔어요. (노란불에 진입하시는 것도 신호위반이고요.)]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늘어납니다.

경찰의 수신호에 멈춰선 한 오토바이, 번호판을 보니 까맣게 칠해져 있습니다.

운전자는 먼지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 (먼지 때문에 번호판이 안 보이게 된 거예요?) 예,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번호판을 건든 적이 없어요.]

번호판을 가리기 위해 자물쇠나 인형도 동원됩니다.

오토바이가 도로 위 골칫거리가 되자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번호판을 오토바이 뒤가 아닌 앞에 달자는 겁니다.

도로에 설치된 과속 단속 카메라죠.

카메라는 차의 앞면을 찍게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륜차도 뒤뿐만 아니라 앞에도 번호판을 달아 무인단속을 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겁니다.

논의가 나온 지는 10년 이상 됐습니다.

최근에도 배달 폭증으로 이륜차가 문제 되자 앞번호판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해외에선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가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업계 반대는 거셉니다.

[이진수/한국수입이륜자동차환경협회장 : 이런 게 이렇게 있으면 공기 저항도 있을 뿐 아니라 완전 칼날입니다, 칼날. 사람하고 부딪혔을 때 흉기로 변할 수가 있는…]

구조상 달기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진수/한국수입이륜자동차환경협회장 : 여기선 뭐 달 데가 없잖아. 탁상공론적인 상상인 겁니다.]

한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시속 60킬로미터 이하일 때 앞번호판이 이륜차 공기 저항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도로 주행을 한 것은 아니라 한계점이 있습니다.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도 앞번호판이 쉽지 않단 입장입니다.

기존의 단속 카메라를 활용할 수 없어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깔아야 한단 겁니다.

[국토교통부 : 카메라를 읽히게 하는 센서가 도로상에 묻혀 있거든요. 자동차 같은 경우는 빠져나갈 수가 없거든요. 이륜차 같은 경우는 그걸 피해갑니다. 취지는 공감하는데 안전성과 실효성 같이 감안이 돼야 된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기엔 상황이 심각하단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법안 발의도 이런 흐름을 반영합니다.

전문가들은 앞번호판을 비롯해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이륜차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무인단속기가 아니더라도 앞번호판을 붙이면 운전하는 사람도 굉장히 조심을 하거든요. 지금같이 무분별하게 놔둔 상태에서 연간 530명이 사망을 하는 국가의 행태는 더 보면 안 된다는 거고요.]

이런 가운데, 승용차와 이륜차의 뒷번호판을 찍을 수 있는 단속카메라도 조만간 나올 전망입니다.

실제로 경찰청은 뒷번호판을 찍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올해 말부터 시범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영상디자인 : 오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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