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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코로나가 휩쓴 사이

입력 2020-04-27 11:23 수정 2020-06-05 10:57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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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3)

지난주 수요일부터 시작된 기후변화주간은 내일(4월 28일)까지 이어집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해외에선 점차 더 상황이 악화일로인 상태죠. 여기에 국내외 경제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50주년을 맞은 지구의 날도, 기후변화주간도 관련 소식을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코로나19로 국내외가 환난을 겪는 사이, 기후변화 문제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코로나가 휩쓴 사이


■ 갑자기 맑아진 공기?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표현과 함께 종종 뉴스에선 지구가 회복되고 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본격적인 측정에 나선 이래로 지난달 미 북동부 지역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가장 낮았습니다. 역대급으로 맑은 3월이었다는 거죠. 이동제한, 휴업 등으로 교통량이 줄어들면서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뉴욕의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평소보다 50%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꼭 수치화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확연히 눈에 띄는 변화는 지구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악의 미세먼지'로 뿌연 대기에 휩싸였던 인도에선 맨눈으로 히말라야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봄 '역대 최악'의 공기질을 경험했던 것과 달리 올 봄은 대체로 맑은 하늘을 만끽하는 중이죠. 공기만 맑아진 게 아닙니다. 호주 애들레이드에선 캥거루가 길거리를 뛰어다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코요테가 금문교 인근을 거니는가 하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는 물속을 노니는 물고기가 훤히 보일 만큼 맑아졌습니다.

■ 그새 느슨해진 긴장?

이렇게 지구가 건강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그 찰나의 시간동안 반대로 긴장이 늦춰진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면밀히 살펴보면, 긴장이 늦춰진 걸 넘어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만든 자동차 연비규제를 되돌렸습니다. 당시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해마다 5%씩 자동차 연비를 개선해 2025년엔 연비를 23.2km/l로 개선하겠다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을 뒤흔든 '디젤 게이트'의 주역인 EPA(미 환경보호청)도 이번엔 저승사자가 아니라 기업들의 대기오염을 '눈감아주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기업이 환경규제를 만족시키지 못 했고, 그것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 처벌을 면제시켜주기로 한 겁니다. 이같은 정책은 3월 13일부터 시작됐고, 끝나는 날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디젤엔진의 배출가스를 조작해 EPA로부터 '역대급 철퇴'를 맞은 폭스바겐 그룹이 씁쓸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만 더 늦게 적발됐더라면 "코로나19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생산라인 운영이 불규칙해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으면 됐을 테니까요.

미국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트 정부가 공중보건 위기를 '환경법 뒤엎기'의 계기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고, 오바마 행정부 당시 EPA 관계자는 "이같은 조치는 오염 허가증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부터 기후변화가 허구이며 거짓이라고 비판해왔죠. 취임 이후에도 이 같은 주장을 이어가고 파리기후협정에서의 탈퇴까지 선언해버리면서 이 연재의 첫 회, 첫 문장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와 그로인한 경제위기는 그의 '반 지구적 행위'를 더욱 부추기는 '촉진제'이자 '구실 좋은 반가운 사건'인가 봅니다.

■ 우리라고 다를까?

해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우리나라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포부로 가득 찬 정부였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올해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전기버스, 수소버스, 전기택시, 수소택시… 한 대라도 나오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여력만 된다면 모든 대중교통을 '친환경'으로 바꾸려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에디 브록과 베놈 같달 까요?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 생활과 밀접하며 공익으로 목적으로 하는 경우, 온실가스배출권을 모두 공짜로 지급하게 됩니다. 여기엔 학교나 의료기관뿐 아니라 각 지자체와 대중교통도 포함됩니다. 대중교통이 내뿜는 온실가스는 겉으론 규제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지만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겁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산업계의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배출권거래제 대상 업체들의 배출량 명세서와 배출권의 제출 기한을 미뤄주기로 했습니다. 환경개선부담금, 수질·대기배출부과금, 폐기물부담금, 재활용부과금의 징수유예와 분할납부가 이뤄집니다.

전면적인 면제나 규제 열외와 같은 결정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할까요. 그런 사이 이보다 훨씬 충격적인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일 만큼 말이죠.

■ 혈세 1.6조, '밑 빠진 독'에?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움에 쳐했다며 지난달 정부가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 지원했습니다. 이어 지난 21일엔 여기에 추가로 6천억원을 추가로 수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말입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상황이 악화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힙니다. 이중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석탄화력발전입니다. 석탄발전이 어떻게 경영 악화를 부추겼을까요.

앞선 취재설명서에서 세계적인 투자기관들의 '탈 온실가스' 움직임을 전해드린바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100%'를 약속한 기업들의 모임인 RE100엔 GM이나 파나소닉 같은 제조업 분야의 기업만 있는 게 아닙니다. 모건스탠리 같은 금융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죠.

글로벌 투자기업들은 잇따라 석탄투자 철회 방침을 내놓고 있습니다. 영국 바클레이즈(Barclays)는 연초 투자자 회의를 통해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미국 골드만 삭스도 지난 연말 기후변화를 부추기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엔 금융 제공을 않기로 했죠. 네덜란드 ING그룹은 2018년, 대출 심사시 탄소저감 노력을 이자율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코로나가 휩쓴 사이


올해 4월 기준, 이 같은 '탈화석연료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동참한 금융·투자기관만도 1193곳에 이릅니다. 이들이 굴리는 자산의 규모는 무려 14조 달러가 넘습니다. 전 세계에서 1경 7480조원 넘는 돈이 더 이상 석탄과 석유와 관련한 사업을 향하지 않게 된 거죠. 도저히 가늠하기도 어려운 액수입니다. 우리나라의 올해 예산 규모가 512조원 가량이니까 어림잡아 우리나라 30~40년치 예산 수준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수출 수주를 중심으로 한 경영전략이 성공하기 어려운 배경입니다.

실제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사례도 있습니다. 두산은 한국전력과 함께 전세계 21개 기업 리스트 중 당당히 '한국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어떤 리스트였을까요.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에 투자 손실을 입힌 '친 화석연료' 기업 리스트입니다.

또, 한 때 '1조원 규모'에 이른다는 평가도 받았던 두산의 인도네시아 화력발전소 건설도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투자처도 없고, 인도네시아 정부도 석탄화력발전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석탄 중심의 두산그룹에서 그나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자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두산솔루스인데요, OLED 소재와 전기차배터리에 들어가는 전지박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곳입니다. 배터리는 전기차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의 핵심인 만큼, 두산의 과거에서 미래로의 '쉬프트'를 이끌지 기대를 모았죠. 두산의 석탄·원자력 발전 집중에 쓴소리를 이어왔던 에너지전환포럼도 "실적시즌 마다 정부정책 핑계? 두산, 에너지신산업으로 전환결실 보다!"라며 호평할 정도였습니다.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에 자구안을 내놨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무엇이 스스로를 구할지 분명해 보이는데, 이들의 결정은 비범했습니다. 기존의 자본이 쏠린 석탄을 남겨두고 재생에너지를 버리는 겁니다. 자구안엔 석탄 포기가 아닌 두산솔루스의 매각안이 담겼습니다. 밑이 빠져도 한참 빠진 독에다 정부가 1조 6천억원의 혈세를 붓는 것 아닌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기업을 돕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이 된 것인가, 앞날 창창한 신성장동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은 이를 보고 어떤 심정일까… 많은 생각이 오갑니다.

우리나라보다 코로나19의 타격이 훨씬 심각한 유럽의 경우, 경제난의 타개책으로 재생에너지를 꼽기도 했습니다. 취임 일성으로 '그린 뉴딜'을 외쳤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경기부양의 핵심은 녹색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라고 못 박았습니다.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사업계에 대출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겁니다.

2016년 벨기에를 시작으로 올해 오스트리아와 스웨덴까지 3개국이 석탄발전소를 전부 폐기했습니다. 이어 2022년엔 프랑스가, 2023년엔 슬로바키아와 포르투갈이 탈석탄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영국은 2024년, 이탈리아와 아일랜드는 2025년 석탄과 작별을 고합니다.

이러는 사이,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에선 재생에너지가 더욱 확대됐습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만들어진 발전소의 발전용량 중 72%가 재생에너지였습니다. 이쯤 되면,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코로나19 때문인지 석탄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조금 명확해지는 듯 합니다.

"각국 정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단기적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 부양책은 반드시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아울러야 합니다."

IRENA의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사무총장이 '재생에너지용량통계 2020'을 펴내며 한 말로 이번 주 취재설명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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