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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듯 발생하는 '급식 사고' 이면엔…허술한 관리 실태

입력 2017-11-1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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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처럼 학교 급식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걱정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급식 공급업체 관리의 실태와 문제점을 경제산업부 이주찬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우선 학교에 음식을 납품하는 업체의 선정 방식부터 살펴보지요. 대부분 전자 조달시스템 입찰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전국 초중고 1만1698개 학교 가운데 88%가 인터넷 학교급식조달시스템, eaT를 이용해 납품업체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농수산유통공사가 2010년부터 납품업체의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것인데요.

문제는 위생 상태를 제대로 점검 못하고 유령업체 등 부정 입찰에도 즉각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앵커]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군요.그런데 현장 조사를 4% 밖에 하지 못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기자]

네,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여름철에는 두 달마다, 겨울철에는 석 달에 한 번씩 사무실이나 창고, 운송차량 등을 소독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허위로 소독 증명서를 발급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현장 점검이 중요한데 올해 들어 8월까지 농수산유통공사가 실제로 점검한 업체는 352개에 불과했습니다.

등록 업체 수가 8400개이다 보니 4% 수준밖에 안되는 것이지요.

[앵커]

그렇게 관리가 안된다면 급식 위생에도 문제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달 경기도 의정부의 한 고등학교에선 급식으로 나온 갈치조림에서 기생충이 발견돼서 논란이 일었고요. 지난해 8월에는 서울지역 고등학교 3곳에서 잇따라 식중독이 일어났는데 이 세 학교 모두 한 급식업체에서 납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모두 업체들이 모두 전자조달 시스템에 등록된 업체였습니다. 게다가 이런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앵커]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무슨 뜻이지요? 심각한 문제가 적발이 되어도 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식중독 등 문제가 일어나면 일단 학교에서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업체는 일정기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긴 하는데, 이게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직원이나 가족 이름으로 다시 회사를 차려서 입찰에 참여하면 걸러내기 힘든 구조이고요.

실제 경북 구미 지역에서 이런 방식으로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1170차례에 걸쳐 700억 원 상당의 입찰에 중복 참여해서 130억 원 상당의 낙찰을 받은 업체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문제가 적발되면 아예 새로운 회사를 다시 차려서 입찰에 참여한다는 얘기인데, 입찰 업체를 걸러내는 방식이 어떻게 이처럼 허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문제들도 많지요?

[기자]

대리 납품도 골칫거리입니다. 급식을 공급할 능력도 없으면서 일단 입찰을 따낸 다음 실제 납품은 다른 업체에게 넘겨주는 것입니다.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고 할 수 있는데, 직접 급식 공급을 하지 않고 수수료를 떼는 식이다보니 위생 상태를 보장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런 부정입찰 업체가 올해 8월까지 151개가 적발됐고, 2015년 한 해 동안 68개였는데 2배가 훌쩍 넘는 셈입니다.

[앵커]

국정감사 때도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왔는데 왜 아직까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까?

[기자]

농수산유통공사측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대답을 내놨습니다. 전국에 현장 점검 인력이 44명 밖에 안되는데 등록 업체는 8400개가 넘는다는 지적이고요.

하지만 농수산유통공사가 허술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학교 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하려면 학교와 납품업체가 각각 이용 수수료를 농수산유통공사측에 내야 합니다. 5000원에서 3만원 정도지만 수시로 입찰이 워낙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이 상당합니다.

지난해만 51억원, 올해는 8월까지만 해도 38억원입니다.

이 수수료 수익을 이용해 현장 점검 인력부터 확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앵커]

학교 급식 관리의 문제점 이주찬 기자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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