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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만 고' 아이템에 수십만원…외면받는 국내 게임

입력 2016-08-0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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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넥슨과 포켓몬 고. 하나는 국산 게임업체고, 다른 하나는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끄는 해외 게임의 이름입니다. 넥슨은 김정주 창업주가 진경준 검사장의 축재 비리에 연루되면서 물의를 빚었는데요, 최근엔 새로 개발한 게임 서비스를 갑자기 종료한다고 발표해 사업 경쟁력마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포켓몬 고를 기획한 닌텐도 역시 한때 위기를 겪다가 화려하게 부활했는데요, 게임 강국을 자처하던 우리 업계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늘(3일) 탐사플러스에선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뒤떨어진 관행과 이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들을 취재했습니다.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PC방입니다.

학원을 마치고 들른 초등학생들로 붐빕니다.

무슨 게임을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초등학생 : (오버 워치 말고 뭐 해?) 피파 월드컵, 롤이요. 국산 게임 잘 안 해요.]

취재진이 일대 PC방 10곳을 돌아봤지만 국산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초등학생 : (국산 게임은) 현질을 많이 해야 해서. (현질 얼마나 많이 해?) 30만원, 40만원 정도까지.]

'현질'은 현금을 주고서 게임 아이템을 사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유형으로 '랜덤 박스' 구매라는 게 있습니다.

현금을 내고 '랜덤 박스'를 구입하면 확률에 따라 고가의 아이템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국산 게임에서 이 같은 현질이 이뤄지면서 사행성 논란과 함께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공무원 준비생인 25살 최모씨는 한때 게임으로 수백만원을 썼습니다.

[최모 씨/공무원 준비생 : 악세서리가 무기인데 무조건 현금으로 사야 해요. 그거 없으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구조라서. 모든 게임 하면 거의 한 400만원.]

과도한 지출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달 말 30대 중국 동포 남성이 만취 상태에서 운전해 게임 업체인 넥슨 본사로 돌진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 빠진 자신이 후회된다며 저지른 짓입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범죄의 부모들 역시 대부분 게임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추가 지출을 유도하는 게임 구조 때문에 이용자 외면을 부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성완 교수/부산게임아카데미 : 이용자들도 식상한 정도가 아닌 너무 과하게 수익모델이 들어있는 게임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생기고.]

그렇다면 해외 게임은 어떨까.

미국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는 출시 두 달 만에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포켓몬 고는 정식 출시도 안됐지만 내려받기 횟수가 100만 건을 넘었습니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현질을 안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벤 브로드/블리자드 수석 게임 디자이너 :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말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입니다.]

'게임 강국'을 자처하던 우리 업계가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취재진은 대형 게임회사 내부 관계자들 얘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김모 씨/A게임회사 개발자 : 돈벌이에 급급하다고 해야 하나. 큰돈을 벌었다고 하더라 그러면 큰 회사들은 다 이것처럼 만들자고 권유를 하거든요. 대체로 획일화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모 씨/B 게임회사 개발자 : 실패한 팀에 대해서는 바로 컷오프를 쳐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는 왜 망했냐, 이런 얘긴 별로 안 해요. 그러다 보니까 실패한 거는 빠르게 잊히고…]

[최모 씨/C 게임회사 개발자 : (한국식 확률형 아이템은) 세련되지가 않다는 거죠. 조미료가 음식에 얼마나 들어가야 맛있는데 얼마 넣는지 모르니까 숟가락으로 넣는…]

이런 현실에서 경쟁력 있는 게임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 달 말 넥슨의 '서든어택2'는 출시 한달도 안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정성 논란 속에서 전작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재홍 회장/한국게임학회 (숭실대 교수) : 획기적인 기술력이 첨가된다든가 해야 되는데 기존에 있는 스토리라인 갖고 캐릭터만 바꾼다 해서 유저들이 즐거워 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행성을 조장하는 요소까지 겹치면서 국산 게임 전반이 늪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기자 : 김태영 / 취재작가 : 김진주 / 인턴기자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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