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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실험으로 점철된 음악 인생

입력 2014-10-2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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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실험으로 점철된 음악 인생


신해철, 실험으로 점철된 음악 인생


신해철, 실험으로 점철된 음악 인생


신해철, 실험으로 점철된 음악 인생


27일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46)을 이야기하는 기사에는 종종 기자의 감정이 묻어난다. 1990년대를 지나온 이들 대부분이 신해철에게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해철이 지난 6월 발표한 미니앨범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 Part.1) 수록곡 '아따(A.D.D.a)'는 신해철을 말한다. 네오솔, 펑크, 포스트 디스코, 라틴, 재즈 등 5가지 장르를 혼합한 '원맨 아카펠라' 곡으로 1000개의 녹음 트랙에 자신의 목소리를 중복 녹음하는 방식으로 작업한 곡이었다. 괴벽에 가까운 실험 정신의 발현으로 신해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곡이었다.

그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았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그가 소속된 밴드 '무한궤도'에 대상을 안긴 곡 '그대에게'도 그랬다. 발라드와 댄스곡이 유행하던 당시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록 장르의 곡으로 그는 이후 록 장르의 부흥을 이끌었다.

신해철은 계속되는 실험으로 새로운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냈다.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조용필의 지원으로 발표한 첫 솔로 앨범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수록곡 '안녕'이 보기다. 해당 곡에는 당시로써는 파격적이었던 영어랩이 삽입됐다.

이외에도 그가 선보인 음악적 실험의 예는 많다. '재즈 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 등이 수록된 '마이셀프(Myself)'는 대한민국 최초의 미디 음반으로 통한다. 가수 윤상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노댄스'는 테크노 댄스 음악 열풍 속에 테크노의 서정성을 다뤄 장르의 본질을 짚은 수작으로 통한다.

늘 열악했던 록 음악에 전성기가 있었다면, 밴드 '넥스트'는 그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이었다. 그는 넥스트를 통해 대중적인 히트곡뿐만 아니라 실험정신이 투철한 곡들을 말 그대로 '양산'했다. '인형의 기사' '먼 훗날 언젠가' '해에게서 소년에게' '날아라 병아리' 등 장르적 진폭이 큰 히트곡들이 넥스트의 성격을 말한다.

넥스트의 두 번째 앨범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1: 더 비잉(The Return of N.EX.T Part 2: The Being)'은 넥스트의 명반으로 꼽힌다. 철학적 언어를 가요에 접목한 보기 드문 앨범으로 수록곡 '더 디스트럭션 오브 더 셸(The Destruction Of The Shell)'은 러닝 타임이 10분에 달하는 방대한 스케일의 곡이다.

1996년 발표한 넥스트의 세 번째 앨범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2: 월드'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호평받았다. 일본의 한 음악평론가가 해당 앨범을 '올해 나온 음반 중 최고'로 평했다. 앨범은 일본에서 정식 음반이 아닌 해적반으로 수만 장이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넥스트의 전반기를 마감한 밴드의 네 번째 앨범 '라젠카 어 스페이스 록 오페라(Lazenca A Space Rock Opera)'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록 음악의 접목을 시도한 앨범으로 주목받았다. '먼 훗날 언젠가' '해에게서 소년에게' 등 대중적인 히트곡 등도 냈다. 밴드 해체 이후에도 신해철은 '크롬' '모노크롬' '비트겐슈타인' 등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이어갔다.

서강대 철학과를 자퇴한 신해철은 작사가로서도 탁월한 실력을 뽐냈다. 특히 '넥스트'의 정규 2집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1: 더 비잉'은 철학적인 언어를 가요에 접목한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의 가사도 거침없이 다뤘다. 2004년 재결성된 넥스트로 펴낸 다섯 번째 앨범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3: 개한민국'은 정치, 종교, 이라크 전쟁 파병반대, 세대갈등, 노숙자, 집창촌 등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대한 가사를 담아 대부분의 수록곡이 방송을 타지 못하기도 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발라드곡에서도 그의 깊은 가사는 빛났다. '날아라 병아리'는 병아리의 죽음을 마주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묵직한 울림을 줬고,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다짐을 진지하면서도 유치하지 않게 풀어냈다. '절망에 관하여' '해에게서 소년에게' 등이 애창되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이 밖에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수작이 있다.

그는 생전에 이별의 아픔을 다독이는 가사도 여럿 남겼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너'가 대표적이다.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순간인 것을/ 영원히 함께할 내일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기다림도 기쁨이 되어."(내 마음 깊은 곳의 너)

지난 22일 심장 이상으로 쓰러진 신해철은 이날 오후 8시께 저산소 허혈성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쓰러지기 전 그는 '넥스트'로의 컴백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 대중음악계는 또 하나의 실험을 잃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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