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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볼 수 있다, 매우 보여진다'

입력 2016-02-16 21:49 수정 2016-02-1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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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입니다.

"말은 권력이고 힘이다."

영화 < 내부자들 >에서 언론사 논설주간 역을 맡았던 배우 백윤식 씨의 대사입니다.

그는 말이 가진 힘을 일찌감치 알아차렸습니다. 같은 말이라 해도 누가 쓰느냐, 혹은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는 겁니다.

[끝에 단어 3개만 좀 바꿉시다.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진다'로]

그 한 끗 차이가 교묘하게 여론을 움직이고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파급력 또한 달라진다는 것… 개성공단을 둘러싼 통일부 장관의 말 역시 조금씩 조금씩 결을 달리했습니다.

"개성공단은 사실상의 투자액을 우리가 가져오는 것…"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아니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까지만 해도 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성과로 강조해온 그는 요 며칠 사이 설화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개성공단 중단의 핵심명분. 즉 공단을 통해 유입된 현금이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언급을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전용된 것으로 보인다. 우려가 있고 자료도 갖고 있다.

주무부처의 장관. 그가 가진 말의 무게… 단어의 차이에 따라 여론은 술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의 '근거'는 결국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매우 보여졌을 뿐"이죠.

장관은 "송구하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개성공단에서 번 돈이 핵개발에 들어갔다는 걸 알면서도 지원했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이 쏟아진 다음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오늘(16일) 국회 시정연설을 자청한 대통령.

대통령은 아마도 고민했을 것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애착을 가졌었다는 3단 논법은 여기에선 2단에서 멈췄습니다. 이 경우 3단의 결론부까지 가면 지나친 추론이 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그 이전에 정부는 이미 3단의 결론부까지 직행한 끝에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고 그 뒤에 장관이 내놓은 말들의 횡행은 시민들로 하여금 어디까지가 진실인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지금도 '보인다… 볼 수 있다… 보여진다…'의 사이 어디쯤에선가 헤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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