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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총리 진도체육관 방문…가족 "진정성 없다"며 거센 항의

입력 2014-05-01 14:53

가족들 강한 항의에 팽목항 신원확인소 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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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강한 항의에 팽목항 신원확인소 들러

정총리 진도체육관 방문…가족 "진정성 없다"며 거센 항의


"여보십쇼, 총리님. 제가 질문이 있습니다. 총리가 여기(진도) 내려와서 신원확인소에 가봤습니까."

"신원확인소 현장에는 못갔습니다."

1일 오전 10시25분께 전남 진도체육관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이에 한 실종자 가족이 총리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가족은 "오늘 중으로 우리 아이들 모습이 어떤지 꼭 눈으로 보시겠다고 총리님께서 약속해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총리님께서 어제 오늘 올라온 우리 아이들의 실제 얼굴을 보고 올라가라"며 "그렇게 해야 우리 마음을 이해하고 상황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정 총리는 가족들이 머무르는 진도체육관 현장에서 가족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이며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가족들이 원하는 실질적 구조 대책 마련과는 동떨어진 행보였다.

정 총리는 거듭 "정말 죄송하고 죄송합니다"며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는, 변명할 길도 없는 제가 안타깝고 가슴이 아립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가족은 정 총리의 말에 감사하다고 답했지만 대부분의 가족은 정 총리를 외면했다.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 총리에게 실종자 시신이라도 얼른 건져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한 할머니는 총리의 손을 잡고 "(배) 인양해서 얼른 건지게 해주세요"라며 "너무 답답합니다"라고 말했다.

한 어머니는 "끝까지 신경 좀 써주세요. 우리 아이 좀 찾아주세요"라며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찾아주세요"라며 오열했다.

정 총리는 체육관 앞에서 연신 사과의 말을 전하다가 안들린다는 가족들의 항의에 단상으로 올라갔다.

이어진 20여분 동안의 설명에서 정 총리는 현재 수색·구조 상황과 전날 오후 팽목항을 방문해 가족과 나눈 이야기 등을 설명했다.

정 총리는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에 현장에 내려왔다"며 "어저께 와서 각계 전문가 15명과 현장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사람 등 약 30명이 모여 3시간 가까이 온갖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현재 하고 있는 수색·구조 방안에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논의했다고 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대신 현재 조류가 너무 빨라 바닷속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제약되고 있는 악조건이라는 말뿐이었다.

선박을 세월호 주위에 둘러싸는 방법 등 조류를 막기 위한 방법은 물살을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모는 문제가 생겨 시행을 못했다고 했다. 잠수부 추가 투입을 거론하면서도 선체 안으로 연결한 줄이 많으면 그 안에서 꼬일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 외에도 잠수부의 시계를 확장하는 방법, 수색·구조 시간을 늘리는 방법, 선체를 뒤집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정 총리는 "전날 팽목항에서 촘촘한 그물을 세월호 주위에 둘러쳐 조류를 막자는 의견이 나왔다"면서도 "실험을 해보고 적용할 수 있으면 빠른 시일 내에 해보자는 개론을 얻었다"고 말해 답답함만 더했다.

가족 대다수는 침통한 표정으로 총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가족들은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셨고, 눈물을 닦았다.

정 총리가 단상에서 내려간 뒤 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구조수색 관련 각계 참석자를 소개했다.

이에 가족들은 총리 방문에 진정성이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한 가족은 "지금 16일째인데 애들 알아볼 수 있겠냐"며 "지금 애들 상태 어떤지 알어? 우리 심정이 어떤지 알어? 애들 상태랑 우리 학부모들 심정이 어떤지 제대로 알고 얘기 하라고. 그것도 모르면서 유세떨지 말고"라고 소리쳤다.

다른 가족은 목이 쉰 채로 "우리 애들 꺼내만 주라고. 니네가 사람이야. 니네도 죽어야 정신 차리지. 이게 나라냐. 무슨 나라가 애들을 버리냐. 우리 애들 살려달라고 그랬냐고. 꺼내만 달라고. 대통령 오라고 해"라며 오열했다.

총리와 전문가 등은 실종자 가족과 1시간여 동안 회의한 뒤 체육관을 떠났다.

한편 이날 오후 1시40분께 정 총리 등 정부 관계자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팽목항 신원확인소에 들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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