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근혜 정부는 4대악 척결 과제 중 하나로 불량식품 근절을 꼽아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시중엔 불량식품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지난달엔 국민 간식이라 불리는 떡과 순대에서 기준치 이상의 대장균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져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는데요.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이 '불량식품'을 만든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의 식품 안전 기준을 통과한 해썹 인증 업체로 드러났습니다. 식약처는 이들 업체들이 해썹 인증을 받았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구멍 뚫린 식품 안전 실태, 윤샘이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축축한 바닥 위에 돼지 부속물이 담긴 상자들이 쌓여 있습니다.
공장 한켠에 보관된 당면포대는 쥐가 파먹은 채로 보관돼 있습니다.
바닥 곳곳엔 쥐똥이 널려 있고 완제품 위로는 파리가 기어 다닙니다.
[식약처 단속반 : 이거 다 쥐똥이잖아요. 안쪽에 있는 거. 쥐똥 보이시죠?]
지난달 식약처가 국내 순대제조업체 99곳을 단속한 결과 39곳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진은 이들 업체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식약처 단속에서 표시 기준 위반으로 적발된 한 순대업체의 홈페이지입니다.
제조부터 운송까지 투명하고 위생적인 공법을 자랑합니다.
특히 정부가 식품안전을 책임진다는 해썹 인증을 받았습니다.
해썹 인증은 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을 통과했다는 의미로 쉽게 말해 '이 식품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증해 준 겁니다.
[정승헌 교수/건국대 : 해썹이라는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식품안전에 관해서 가장 상위 개념으로 권장되고 있는 안전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심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것도 해썹 인증 마크입니다.
[이혜정/경기 고양시 일산 : 당연히 해썹 인증된 제품을 고르죠. 냉동식품 찾을 때 많이 봐요.]
그런데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식약처 단속에서 적발된 39개의 순대업체 가운데 30%에 가까운 11곳이 해썹 인증 업체였습니다.
일부 업체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식품안전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해썹의 취지가 무색해집니다.
취재진은 적발된 순대제조업체 가운데 한 곳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해썹 인증 업체라는 마크가 버젓이 달려 있습니다.
식약처에 적발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이곳을 포함해 11개 업체는 여전히 해썹 인증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순대 제조업체 관계자 : (식약처로부터 해썹 인증을 취소하겠다. 이런 건 없었나요?) 네. 그런 것 하고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해썹 인증을 담당하는 식약처 관계자는 이들 중 해썹인증업체들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 : 저희 아니면 확인이 어려우실 텐데요. 해썹 업체가 있다는 것은 기자님 생각인 거고 저희가 지금 확인된 게 없어요.]
식약처는 올 하반기부터 단 한번 적발에도 해썹 인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염불에 그친 겁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해썹 인증 업체 가운데 식품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는 모두 56건에 이릅니다.
대장균과 대장균군이 검출된 경우가 20건, 각종 세균이 기준치를 넘은 건 10건이었습니다.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나오거나 농약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썹 인증이 취소된 경우는 단 한 건에 불과했습니다.
식품 원재료의 품질부터 제조, 유통 등 모든 단계의 위해 요소를 차단한다는 해썹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입니다.
해썹 인증 절차는 물론 사후 관리까지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