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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감청과 해킹 사이…어디까지 합법일까?

입력 2015-07-2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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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0일)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마는 김필규 기자는 영국 런던에 가 있습니다. 거기서 팩트체커들이 모여 콘퍼런스를 한다 해서 저희 대표로 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박소연 기자가 어제부터 대신해서 진행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어제 이 시간에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들이 나와 토론했습니다. 그런데 의혹 해소가 충분하지 못하다, 보고 나니까 좀 답답하다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뭐가 불법이고 뭐가 아니라는 얘기냐에 대해서도 판단이 잘 안 선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래서 오늘 박소연 팩트체커와 함께 이 시간에 그 얘기를 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해킹 프로그램 도입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없었다, 이게 지금 여당 측 얘기입니다. 어떻게 봅니까?

[기자]

원래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이 감청설비를 도입하려면 국회를 거쳐야 합니다.

통신비밀 보호법에 따라 반기별로 감청설비의 종류와 명칭, 수량, 성능 등을 국회에 통보해야 하는 건데요, 국정원은 이 RCS라는 프로그램을 구입하면서 국회에 따로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야당은 불법도입을 주장하는 건데요, 국정원은 RCS가 소프트웨어이므로 감청설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감청에 사용은 했는데 감청설비는 아니다, 이런 얘기잖아요? 얼핏 들어서는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왜 그렇습니까?

[앵커]

통신비밀 보호법에 관련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감청설비는 감청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장치, 기계장치, 기타 설비를 의미한다고 되어 있죠. 이것만 보면 소프트웨어는 물리적인 장치가 아니므로 보고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법을 좁게 해석한 거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김지미/변호사 : 설치되는 순간 감청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비법상 감청에 대해서 제한을 두고 있는 그러한 요건들은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맞는 거죠.]

[앵커]

감청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감청설비가 된다, 그런 뜻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킹 프로그램을 상대방 휴대전화에 설치만 하면 의미가 없고, 국정원 컴퓨터나 서버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러면 감청이 가능한 기계가 되는 거죠.

통신비밀 보호법이 만들어진 게 20년도 더 된 1993년입니다. 스마트폰 같은 최신 기술이 도입되기 전이라 이를 제재할 내용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앵커]

이번 기회에 그 부분은 수정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 많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너무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감청한 행위, 그건 어떻게 됩니까?

[기자]

국정원이 누군가를 감청했다고 해서 무조건 불법은 아닙니다. 국가안보나 범죄수사와 관련된 경우에는 가능한데요, 다만 이때도 법에 명시된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감청 대상을 크게 내국인일 경우와 외국인일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내국인을 감청할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감청 대상이 외국인이거나 간첩 용의자일 경우에는 대통령 승인을 통해 가능합니다.

[앵커]

국정원은 내국인에 대한 불법 감청은 없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철우 의원이 어제 우리 방송에서도 대통령 승인을 받았으니까 문제없다고 했는데, 이 말대로 해석하면 됩니까?

[기자]

정상적인 감청이라면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의 경우에는 허점이 있는데요, 논란이 되는 RCS가 해킹프로그램이라는 겁니다.

강신명 경찰청장 얘기를 한 번 보시죠. 지난 14일 발언인데요, 경찰도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해명하면서, 도입 자체가 아예 불법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영장을 받아 하는 감청과 달리, 해킹은 남을 속여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므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내사나 수사는 불법이라는 겁니다.

이건 정보통신망법에 나와 있는데요, 다른 사람을 속여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인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이렇게 규정돼 있습니다.

[앵커]

요즘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도 여기에 해당되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국정원이 이번에 '떡볶이 맛집'이나 '벚꽃놀이' 같은 검색어에 해킹프로그램을 심어놓고 이걸로 성과를 올렸다는 얘기도 나왔는데요.

이런 피싱 방식의 감청이라면 상대방을 속여서 정보를 얻어낸 게 되고요, 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겁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박경신/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정보통신망법 49조2에 따라서, 위계에 의해서(속여서) 정보를 취득한 경우에 해당돼서 징역 3년 처벌될 수 있고, 수사 목적으로 그렇게 하는 경우 면책하는 조항이 없어서, 실정법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그 자체로 불법입니다.]

[앵커]

해킹프로그램을 도입한 과정은 이래저래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것도 어떻게 가져왔느냐에 따라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고요. 더더군다나 만약 그걸 이용해서 정보를 수집했다면, 물론 이건 아직까지 의혹 사건이니까요, 수집했다면 당연한 불법이 되는 것이라고 정리하면 되겠군요?

[기자]

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처럼, 국가안보를 위해서 때로는 해킹이나 감청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활동들, 당연히 법이 허용한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겠죠.

국정원이 관련된 활동내역을 국회에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감청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목적이었는데 내용은 또 무엇이었는지 떳떳이 밝혀야 국정원이 잃어가고 있는 신뢰를 회복하는 길일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어제의 숙제를 풀죠. 뒤에서 계속 하이빔을 키거나 깜박거리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위협적으로 느껴지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협박이 되겠죠? 그렇다면 보복운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경찰에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경찰이 단속하니까 경찰 말대로 하면 되겠죠. 알겠습니다. 박소연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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