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몇 년 동안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틈엔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또 하나의 송전탑 갈등'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전기는 아닙니다. 이동통신사의 중계기 얘기입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옥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요. 물론, 중계기는 송전탑과는 다른 종류의 전자파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전자파에 대한 우려로 인해 중계기 설치를 두고 곳곳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혜미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입주한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옥상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통신사 중계기가 없습니다.
중계기 30대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전자파 노출을 우려한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여러 우려가 쏟아져 나오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 : 590세대 중에서 150세대 이상이 반대했어요. 아토피, 난청이 생긴다는 이유로… 다들 아파트마다 그 싸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엔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중계기 철거를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전모 씨/아파트 입주민 : (전자파 때문에) 휴대폰도 멀리서 사용하고, 이어폰이나 스피커 사용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대형 중계기 9대가 옥상에 설치돼 있어서 경악했죠.]
이같은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기관에 "아파트 중계기 전자파를 다시 측정해 달라"고 요청한 건수는 지난해 500건이 넘었습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협조를 구해 입주 전 아파트 단지 중계기의 전자파를 측정해봤습니다.
현재 허용 기준치의 10%를 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기준치 이하라도 그 종류나 노출 기간에 따라 신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연구도, 정해진 기준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