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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EBS 10년, 수능 교재 비용은 기껏 1만4000원 줄어

입력 2015-02-02 20:03 수정 2015-02-0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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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16학년도 수능에 적용될 올해 첫 수능 연계교재(수능특강 시리즈)가 출간됐다. 2004년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따라 처음 EBS 수능 교재가 대입수학능력시험에 연계·적용된 지도 10년이 흘렀다. 그 동안 EBS 수능 교재를 두고 문제오류, 과도한 부담 등 말도 많았다. 과연 교육부의 주장대로 지난 10년간 수험생들의 EBS 부담은 점차 줄어들었을까. 취재진은 직접 2004년에 나왔던 수능 교재와 올해 시판예정인 교재를 전수조사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처일 뿐이었다.

올해 EBS 측이 밝힌 수능 연계교재는 총 60권이다. 지난해보다 7권이 줄었다. 특히 자연계열의 부담이 다소 덜어졌다. 수학 부문 세부적으로 흩어져있던 교재들(기하와 벡터, 미적분과 통계 등)이 한 권으로 통합됐다.

수험생 입장에선 제외할 수 없는 N제

교육부 측은 특히 국·영·수에서 300개 가까운 문항을 다룬 'EBS N제' 시리즈를 연계 교재에서 제외해 수험생의 부담이 경감될 거라고 밝혔다. 지난해 일찌감치 수학N제가 제외된 데 이어 국어와 영어도 수능 연계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하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비연계가 된다 해도, EBS 수능 연계교재에서 지문을 따와 문제집으로 만든 EBS의 자체 교재를 안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EBS측은 홈페이지에서도 "EBS 수능 연계교재를 활용한 사교육 문제집을 보지 말라" "EBS에서 펴낸 문제집을 보라"고 대놓고 말한다. EBS 측은 연계교재 상 지문을 두고 여러 해석과 오해가 나오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N제는 물론, 일찌감치 비연계로 분류된 EBS 파이널, EBS 봉투형 모의고사를 마다할 수 없게 된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이번 EBS 문제집 전수조사에선 수험생들이 봐야 할 책으로 비연계 교재도 포함했다.

사회·과학탐구영역은 통계상 가장 많은 수험생이 선택한 과목과 필수 선택이 될 '한국사'를 포함해 계산했다. 2004년과 2014년 모두 선택과목은 2과목씩 따져봤다.

[취재수첩] EBS 10년, 수능 교재 비용은 기껏 1만4000원 줄어


자연계는 10년간 겨우 문제집 한 권 값 빠져

인문계열의 경우, 2004년에는 총 48권을 봐야 했다. 책값으론 29만2000원을 썼다. 2014년에는 31권을 보면서 19만5700원이 들었다. 국·영·수를 중심으로 교재 수가 절반 넘게 줄었다. 특히 지문 반영률이 높은 국어 영역의 경우 어느 정도 부담을 줄여준 것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책 평균 단가는 올랐다. 한 권당 평균 가격을 따져보면 6038원에서 6312원으로 약 300원정도 비싸졌다.

자연계열은 상황이 달랐다. 2004년에는 40권을 보며 22만5500원을 들여야 했고, 2014년에는 34권에 대해 20만9400원을 들여야 했다. 수량은 6권 줄었지만 경제적 부담은 1만4000원정도만 덜어졌다. 권당 단가도 5637원에서 6158원으로 500원 가까이 올랐다. 그나마 올해 수학영역 교재를 통합해 총 교재 수는 31권으로 책정됐다. 총 4692장을 봐야 했던 2004년과 달리 올해는 1000여장 줄어든 3460장을 봐야 한다. 10cm 두께만큼은 덜어낸 셈이다.

교재 수도 줄고 경제적 부담도 상대적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EBS 문제집들을 20만원 가까이 주고 봐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있다. 특히 해마다 터지는 문제 오류로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한국교육과정평가연구원의 감수를 거친다곤 하지만 양이 방대한데다 기간도 촉박해 모든 오류를 걸러낼 수만도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문제집 오류를 바로잡곤 있지만, 이 또한 학생이 적극적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찾아 나서야만 오류를 파악할 수 있다.

EBS측은 수능연계교재를 PDF파일로 무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을 아껴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선 인쇄를 하느니 책을 사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EBS 한국교육방송공사 측의 수능연계 첫 해 교재 매출은 528억원에 달했다. 전년(2003년)보다 4배 넘는 액수였다. 지난 2013년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EBS가 매년 500억원대 교재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가 밝힌 2012년 매출액은 537억원이다.

황우여 "연계율 낮춰라"에 더 높아진 우려

올 초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EBS 교재가 교과서와 동떨어지고 사교육화돼 가는 점이 있다"며 "연계율을 포함해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70%대인 연계율 자체를 낮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를 접한 수험생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고3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오르비스 옵티무스'에서는 "어찌됐든 연계율은 살아 있으니 비율에 목맬 것 없다, 그냥 EBS를 봐야한다"는 입장과 "특히 영어과목은 성적 중상위권의 암기에 익숙한 수험생에게만 이득이었다. 연계율을 낮추는 게 맞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아예 연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특히 실질적으로 체감 연계율이 가장 높은 영어의 경우, 비연계 문항을 얼마나 맞히느냐에 따라 등급이 갈린다. 연계 지문은 영어실력보다 한글 해석을 외우는 경우도 많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은 "어차피 비연계 문항에서 실력이 가려지는 것이라면, EBS가 애당초 내고자 했던 사교육 절감 효과는 거의 보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각 지방의 '교육불평등'은 어느 정도 해소

그럼에도 EBS가 기여한 바는 분명히 있다. 2008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여러 연구에서 EBS 수능 강의가 도·농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설문에 응한 학부모 64.2%가 EBS 수능강의의 가장 큰 사회적 역할로 '기회의 균등'을 꼽았다. 현재 EBS에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 대해 수능연계교재를 지원하기도 한다. 학교별로 차상위 계층과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수를 따져 국·영·수 교재를 보내주는 것이다. 다만 탐구영역 교재는 개인이 직접 구매해야 한다.

EBS 수능 연계교재 덕에 학교 현장에서조차 잊혀진 존재가 있다. 바로 교과서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 초에 구입하는 교과서의 가격은 8만~10만원 선이다.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취재수첩] EBS 10년, 수능 교재 비용은 기껏 1만4000원 줄어

<2004년과 2011~2014년 인문·자연계열 학생들이 EBS 교재에 들인 실질 비용>
<인문계열은 한국사·사회문화·중국어를, 자연계열은 화학1·생명과학2를 선택한 경우로 계산했다.>

※기자가 직접 EBS 홈페이지와 인터넷 서점의 EBS 교재 정보를 참고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차트 및 그래프는 MS OFFICE 엑셀과 Piktochart.com의 툴을 이용했다.

사회1부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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