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소설가 겸 시인의 '존재 증명'…한강 신작 '흰'

입력 2016-05-24 15:5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소설가 겸 시인의 '존재 증명'…한강 신작 '흰'


소설가 겸 시인의 '존재 증명'…한강 신작 '흰'


소설가 겸 시인의 '존재 증명'…한강 신작 '흰'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46)의 신작 소설 '흰'은 소설가 겸 시인인 그녀의 '존재 증명'이다.

한 작가는 '흰'이라는 글자의 생김과 발음에서 끓어 넘친 숭늉처럼 찐득찐득한 슬픔 같은 걸 느꼈다. 시린문장에서 뜨거움을 쏟아냈다.

강보, 배내옷, 달떡, 안개, 흰 도시, 젖, 초, 성에, 서리, 각설탕, 흰 돌, 흰 뼈, 백발, 구름, 백열전구, 백야,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흰나비, 쌀과 밥, 수의, 소복, 연기, 아랫니, 눈, 눈송이들, 만년설, 파도, 진눈깨비, 흰 개, 눈보라, 재, 소금, 달, 레이스 커튼, 입김, 흰 새들, 손수건, 은하수, 백목련, 당의정….

익숙하면서도 미묘하게 기묘한 '흰'의 세계 속에서 그녀가 끌어올린 서사는 넓고 깊다.

안개에 대해 "저것을 희다고 할 수 있을까? 검게 젖은 어두움을 차가운 입자마다 머금고, 이승과 저승 사이를 소리 없이 일렁이는 저 거대한 물의 움직임을?"이라고 목도하는 순간, 그녀의 언어는 소설과 시 사이를 소리 없이 출렁거긴다.

한 작가로부터 그렇게 불려나온 흰 것의 목록은 총 65개의 이야기로 파생된다. 안개가 단순히 물리적인 현상을 넘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무엇이 되듯.

결혼을 앞둔 동생의 신부는 죽은 어머니의 몫으로 마련해온 흰 무명 치마저고리를 태우면서 생각한다. "당신, 올 수 있다면 지금 오기를. 연기로 지은 저 옷을 날개옷처럼 걸쳐주기를."

'채식주의자'의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가 삶의 극한으로 자신을 몰아가듯,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의 동호가 죽은자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듯, 한 작가는 '흰'에서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인간의 존엄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건넨다.

""모든 흰'의 이름으로 알게 되고 앓게 된 통증, 이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견뎌낸 뒤에 나누는 작별의 인사라니 최선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것이 진정한 만남의 인사라 할 수 있겠지요"라고 숭고함을 노래한다.

결국 "말을 모르던 당신이 검은 눈을 뜨고 들은 말을 내가 입술을 열어 중얼거린다. 백지에 힘껏 눌러쓴다. 그것만이 최선의 작별의 말이라고 믿는다.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작별)라는 의지로 승화된다. '흰'의 화자인 '나'는 태어난 지 2시간 만에 죽은 언니에 대해 회상해나간다. 그러면서 세상에 점점 다가간다.

'흰'에는 '작가의 말'이 실려 있지 않다. 작가의 말을 요청하는 편집자에게 한강은 "이 소설은 전체가 다 작가의 말"이라고 답했다.

24일 '흰'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쓰다보니 어떤 한 페이지는 시가 되고, 언니를 상상하고 허구의 사람이 들어오면서 점점 소설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시적 상상력과 소설의 바지런함이 한 작가의 세상이다.

한편, 한 작가는 '흰'에 사진을 더한 차미혜 미술 작가와 협업의 하나로 6월 3~26일 서울 성북동 갤러리 스페이스오뉴월에서 한 달 간 전시 '소실점'을 연다. 또한 '흰'을 모티브로 한 한 작가의 퍼포먼스도 펼친다.

신간 '흰'은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번역한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을 맡았다. 2017년 12월께 영국에서 출간된다. 132쪽, 1만1500원, 난다

(뉴시스)

관련기사

신작 '흰' 발표…한강 "태어나 2시간만에 죽은 언니 상상하며 썼다" 맨부커상 한강 "빨리 내 방에 숨어 글 쓰고 싶다" 맨부커상 한강 "채식주의자, 질문으로 읽어줬으면" 소설가 한강 "'맨부커상' 수상 전혀 생각 못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