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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폭탄' 터지기 시작…7월 고지서에 시민들 짜증 폭발

입력 2016-08-17 17:31

전달보다 보통 2~3배, 20만원 안팎 고지서 다수

"여름 점점 더워지는데…누진세 정책 개선해야"

"상가는 에어컨 펑펑…집에서는 겨우 선풍기로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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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보다 보통 2~3배, 20만원 안팎 고지서 다수

"여름 점점 더워지는데…누진세 정책 개선해야"

"상가는 에어컨 펑펑…집에서는 겨우 선풍기로 버텨"

'전기료 폭탄' 터지기 시작…7월 고지서에 시민들 짜증 폭발


서울 영등포에 사는 정모(55)씨는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사용한 전기요금 고지서를 15일 받아들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고지서에 찍힌 요금은 27만8990원으로 전달(약 11만원5000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정씨가 7월 사용한 전기량은 675㎾h로 지난 6월 469㎾h보다 44% 정도 늘었다. 올해 35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에어컨에 의존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전년 같은 기간 사용량 522㎾h보다 많아졌다.

정씨는 17일 "이렇게 더운 여름에 '4시간만 에어컨을 켜라'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해가 갈수록 여름은 길고 더워지는데 매년 이렇게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 쉬었다. 이어 "8월 들어 에어컨에 더욱 의존하고 있는데 다음달 전기요금 폭탄도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니 속상하다"고 푸념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7월 분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본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1994년 이후 22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으로 밤새 켜놨던 에어컨이 '요금폭탄'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로 구성된 누진제를 적용한다. 1단계는 ㎾h(킬로와트시) 당 전력량 요금이 60.7원이지만 6단계(500㎾h 초과)에 들어서면 ㎾h 당 709.5원으로 11.7배나 뛴다.

3살된 아들, 남편과 사는 전업주부 전모(33)씨는 "평소 4만원 안팎이었던 전기요금이 지난달 13만원으로 훌쩍 뛰었다"며 "아이 땀띠 때문에 에어컨을 안 틀 수도 없고 생활비는 정해져 있어서 혼자 버는 남편에게 미안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전씨는 "정부가 7~9월 전기요금을 20% 인하한다고 해서 다소 안심이 된다"면서도 "여름은 계속 길어지고 더워지는데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닌 (누진제) 정책을 손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경기 이천에 사는 한모(32)씨는 올해 처음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렸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본 어머니의 얼굴 빛이 어두워진 탓이다.

한씨는 "지난달 거실과 내 방에서 동시에 에어컨을 돌렸더니 요금이 24만원이 넘게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한씨가 받아본 고지서에 적힌 7월 전기 사용량은 647㎾h이었다.

자취생들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영등포구 대림동에 사는 정모(29)씨는 "기르는 고양이가 더위를 많이 타 지난달 에어컨을 평균 10시간 정도 돌렸더니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은 17만원이나 나왔다"며 "혼자 사는 집에서 이 정도면 다인 가족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32)씨도 전기요금 고지서에 적힌 요금을 잘못 본 줄 알고 몇 차례나 확인했다. 이씨가 지난달 사용한 전기 사용량은 518㎾h이었다.

이씨는 "지난달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4배나 많은 15만원이 넘었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일을 시작하며 점심값, 교통비 등이 줄어 좋아했는데 예상하지도 못한 전기요금 폭탄을 맞아 매우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연희동에 사는 장모(31)씨는 "6월 고지서에 4만원이었던 전기요금이 이번에 14만원으로 10만원이나 껑충 뛰었다"며 "평소 더위를 많이 타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전기세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논현동에서 자취 중인 이모(34)씨도 "집으로 날라온 고지서를 보니 요금이 10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더라"며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요금이 적게 나온 것 같지만, 평소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 2만원 남짓 나왔던 거에 비하면 충격이 크다"고 했다.

아직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보지 못한 시민들도 '요금폭탄'이 곧 떨어질 생각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결혼한 김모(30)씨는 "날이 더워 신랑과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에어컨을 자연스럽게 켜게 됐다"며 "인터넷을 찾아보니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사람이 많더라. 우리집도 대상이 될 것 같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직장인 송모(33)씨도 "집에 아이가 있어 에어컨을 켜야만 하는 처지"라며 "전기요금이 걱정돼 주말마다 유모차를 끌고 일부러 대형마트 아이쇼핑을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안모(32)씨도 "전기요금 폭탄이 남 얘기 같았는데 이제 실감이 난다"며 "지난달 돌린 에어컨을 생각하면 벌써 고지서를 받아보기 걱정스럽다"고 했다.

직장인 최모(30)씨는 "상점에서는 펑펑 쓰는 에어컨으로 추워서 긴팔까지 챙겨 입는데 왜 집에서는 선풍기에 얼굴만 갖다 대고 간신히 숨을 헐떡거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가정용 전기요금을 산업용과 다르게 적용하는 것도 역차별 아니냐"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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