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담배 관련 소식을 몇 가지 좀 더 전해드릴까요. 값이 그대로인 면세 담배, 최근에 인기가 높아졌죠. 그런데 이 면세 담배가 판매 대상이 제한된 미군 부대에서 은밀하게 팔리고 있었습니다. 부대 밖으로 나가면 값이 두 배로 뛰었습니다.
심수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미군부대의 한 담배 판매점.
평소 7시간 이상 영업하던 이곳은 올해부터 하루 두 시간만 열고 있습니다.
[미군 면세담배 판매점주 : 이따 2시 5분에 오세요. 지금은 안 팔아요.]
1인당 구매 한도도 4보루에서 2보루로 확 줄었습니다.
판매량을 줄인 건 이곳뿐이 아닙니다.
손님들마다 2보루만 받아들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런데 손님이 뜸해지자 주인이 검은 봉투에 뭔가를 담아 자리에 둡니다. 담배입니다.
열려있는 봉투에 마저 담배를 2보루, 6보루 더 넣습니다.
손님이 오면 황급히 검은 봉투를 몸으로 가립니다.
다시 연 봉투에 묵직한 담배가 분명히 보입니다.
오후 5시 30분. 자리를 정리한 주인은 아까 싸두었던 두 개의 검은 봉투를 들고 퇴근했습니다.
며칠 뒤, 아직 손님이 많지 않은 오전 11시. 주인이 책상 아래 쪼그려 앉아 또 담배를 담습니다.
새 박스를 뜯어 옮겨 담는 겁니다.
누군가의 문자를 받고 묵직해진 검은 봉투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20분 뒤에는 빈 과자 박스에 역시 담배 네 보루가 담겨 옮겨졌습니다.
[전 면세담배 판매점주 : 담배 박스는 지소에 반납하고, 검은 봉지에 보통 25~30개가 들어가는데 아니면 과자 박스에 넣어서 (부대 밖으로) 나가고 있어요.]
한미행정협정, SOFA에 따르면 미군용 담배를 살 수 있는 사람은 미군과 가족, 군무원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판매자는 반드시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담배를 사러 줄을 선 사람들 가운데 실제 미군으로 보이는 사람은 10명 중 1명꼴도 안 됩니다.
이름과 소속, 주민번호를 적기만 하면 담배를 건네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거래는 현금으로만 이뤄지고 영수증도 오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부대 밖으로 나가는 담배는 인근 수입상가 등에서 면세가 1700원의 2배 값에 팔립니다.
[수입상가 상인 : 3만 5000원 준다고 하면 우리가 사다 줄 수는 있는데…]
약속된 시간에 찾아가 보니 진짜 면세담배를 살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정부는 얼마나 파악하고 있을까.
취재진이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경찰에 문의해봤지만 모두 "미군부대 안이라 조사가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전 면세담배 판매점주 : 일반 한국경찰이나 관세청에서는 미군 부대에 와서 직접 단속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국세청도 지난달 경찰과 담배 사재기 합동 점검에 나섰지만 적발 실적은 '0'건에 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