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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가격 표시 없애면 정말 값이 떨어질까?

입력 2015-04-30 22:15 수정 2015-04-3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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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통 '오픈프라이스'라고 부르죠.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으면 판매자들 간의 경쟁이 붙어서 오히려 판매가가 떨어진다, 이런 건데. 정부에서도 이런 의도로 오픈프라이스 대상을 계속 늘려왔는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30일)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과거에는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많이 사라진 것 같은데, 오픈프라이스를 언제부터 이런 걸 실시한 거였죠?

[기자]

일단 우리나라의 가격정책을 살펴볼 텐데요. 1973년에 그때는 이제 거의 모든 품목의 소매가격을 표시하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9년에 신사복이나 일부 가전제품에서는 권장소비자가격을 아예 표시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왜 그랬냐, 이 소비자가를 제조업체가 정해서 표시를 해 놓으면 최종 판매자들이 '그냥 이 가격 정도만 받으면 되겠구나' 해서 서로 가격 경쟁을 안 하게 된다는 거죠. 또 제조업체는 이익을 많이 보기 위해서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책정을 할 수가 있으니까 차라리 파는 사람이 알아서 가격을 정해라, 이렇게 했던 겁니다.

그래서 이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다 보니까 점차 다른 품목으로까지 말씀하신 오픈프라이스 이 제도가 확대가 됐는데요.

하지만 라면이나 과자, 빙과류 같은 것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가격을 원래대로 표시해라, 이렇게 하기도 한 겁니다.

[앵커]

말 그대로 시장기능에 맡겨본 건데. 지금 그 얘기한 걸 들어보면 대개 먹는 건 오픈프라이스를 하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올랐다는 얘기가 나오는 모양이네요. 그러니까 어떤 건 효과를 보고 어떤 거는 못 봤습니다.

[기자]

대표적으로 효과를 본 게 가전제품이었습니다.

하이마트나 전자랜드 같은 대형 양판점이 등장하면서 기존 대리점들과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게 됐는데요. 그러면서 마진을 적게 하면서 판매가를 확 낮췄던 겁니다.

또 그렇게 해서 장사가 잘 되니까 이런 양판점들의 협상력이 강해지면서 제조업체들도 함부로 공급가를 높일 수 없었던 거죠. 소비자들에겐 굉장히 좋은 상황이 발생했던 거죠.

[앵커]

시장원리대로라면 그게 맞는데, 그러면 아까 효과가 없었던 그 품목들은 왜 그랬습니까?

[기자]

말씀하신 대로 식품 쪽 그러니까 부작용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쪽이 바로 빙과류나 라면 같은 것들인데요. 이 문제를 연구했던 전문가에게 그 이유 물어봤습니다.

[이기헌 박사/한국소비자원 : 그건 유통구조의 문제더라고요. 작은 슈퍼, 이런 데서는 가격표시를 제대로 하는 경우가 드물어가지고… 실제 판매되는 가격을 알아야 여러 가지 비교라든지 선택이 될 텐데, 그게 안 되고 있어서 결국은 그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권장소비자가격마저도 없어지니까 그럼 무엇을 보고 이 제품의 가격을 참고하느냐, 이러한 불만이나 요구가 나타나게 된 거죠.]

아이스크림은 그냥 동네 슈퍼에서 사 먹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소비자들이 100원, 200원 차이에는 둔감하기도 하고, 이게 원래 얼마였는지 잘 기억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다 보니 은근슬쩍 업체에선 가격도 꾸준히 올렸는데, 보시는 것처럼 오픈 프라이스가 시작된 2010년 이후 빙과류나 과자류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다른 품목보다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결국 이런 부작용 때문에 정부에서는 바로 이듬해 과자, 빙과, 라면 같은 품목의 오픈 프라이스를 철회한 거죠.

[앵커]

저렇게 진짜 슬금슬금 올라왔군요, 가격이. 그런데 이런 부작용 때문에 오픈프라이스를 철회하고 다시 권장소비자가격을 붙여라, 이렇게 했으면 붙여야 되는데 아까 우리 인터뷰한 시민들도 그렇고 안 붙인 게 훨씬 더 많으니까, 그건 왜 안 지켜지는 겁니까?

[기자]

법적으로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한번 지운 걸 굳이 다시 표시할 이유가 없고요. 컨슈머리서치에서 어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과자, 라면, 빙과 제품 중에 권장소비자가를 표시한 비율이 지금 보시는 것처럼 2013년에 비해서 2015년에 오히려 이렇게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철회를 했는데, 그러니까 권장소비자가격을 붙이라고 했는데도 더 안 붙이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서 왜 그런지 업체에게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빙과업계 관계자 : 강제로 (권장소비자가를) 넣는 것도 문제가 있을 거예요.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것이잖습니까. 어떻게 보면 지금 공정거래법상 위반인데…유통업체 입김이 워낙 강하다 보니까 이게 기형적인 것이거든요. 유통업체가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그러니까 대형마트 같은 유통업체뿐 아니라 소매점주들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권장소비자가를 다시 표시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원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마는 글쎄요, 조금 더 올려 팔아도 아까 얘기한 것처럼 이게 한 100원 이 정도 차이는 소비자들이 별로 실감을 못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것도 은근슬쩍 더 높여서 받아도 잘 모르는, 그래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무조건 의심할 일은 아닙니다마는. 어쨌든 오픈프라이스 효과는 모든 품목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고 또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것이 오늘의 결론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하게 고쳐져야 할 부분은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일반 소매점에서 가격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부가 좀 더 철저히 나서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많았는데요.

결국 가격 정보라는 것은 소비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아니겠습니까? 날도 더워지는데 업체들이 시원하게 가격 표시해서 소비자들의 답답함도 날려버리면 좋겠습니다.

[앵커]

값을 또 낮추라고 하면 크기를 줄일까 봐 걱정도 됩니다마는 일단 가격이라도 좀 믿을 만한 가격이 계속 좀 유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군요.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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