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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알코올 도수 낮아진 소주, 가격은 그대로?

입력 2015-04-23 22:09 수정 2015-04-2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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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3일)은 소주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소주는 그냥 '소주'라고 부르면 별로 맛이 안 나죠, '쐬주' 뭐 이렇게 불러야 하는데, 요즘 나오는 소주도 쐬주라고 부를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점점 순해지고 있기 때문에. 급기야 14도짜리 소주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자 알코올이 덜 들어가니 소주값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많이들 하십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 부분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소주 알코올 도수가 20도 밑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화제가 된 게 불과 몇 년 전 같습니다. 아까 손예진 씨가 마신 술만 해도 21도라고 나오던데, 급기야 14도짜리가 나왔다면서요? (최근에 나왔습니다.) 왜 이렇게 자꾸 떨어지는 걸까요?

[기자]

예. 이야기하기에 앞서 잠깐 소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1924년 처음 등장했을 때 알코올 도수가 35도였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진로소주의 초창기 버전이군요. 35도면 거의 고량주에 가까운 수준인데.

[기자]

그러다 73년 진로소주가 25도로 내렸고, 상당히 오랜 기간 이 도수가 유지되면서 소주 하면 25도라는 인식이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다 90년대 말부터 업체 간 저도주 경쟁이 붙기 시작하면서 도수가 점점 낮아졌고, 그러다 2000년대 중반 20도의 벽이 깨졌습니다.

지난해엔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17도짜리 저도주 소주를 내놨는데요. 그러다 올해 이렇게 14도까지 떨어진 제품이 나오게 된 겁니다.

[앵커]

와인이 12~14도 정도 아닌가요? 14도 넘는 것도 있는데. 그러면 소주가 거의 와인급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됐네요?

[기자]

사실 법적으로 소주에 대한 도수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대로 맥주가 우리나라에서는 한 5도 정도, 와인이 12~14도, 소주가 20도 안팎, 위스키를 40도 정도로 보는데 그러니 14도짜리라고 하면 소주의 이 암묵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거죠.

업체 측에선 이 소주에 과즙이 들어가 있어 리큐르, 혼합 알코올 음료로 등록했다, 소주가 아니다라는 입장이긴 한데요.

이게 브랜드도 기존 소주 명칭을 쓰고 있고 병도 360㎖짜리 기존 소주병이라 소비자가 보기엔 그냥 더 순한 소주가 나왔다고 인식하고 있는 거죠.

[앵커]

그걸 과실주라고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인 것 같고요. 누구나 다 소주로 인식을 하니까. 그런데 본론으로 들어가죠. 그러면 주정값이 떨어지면 소줏값도 내려야 될 게 아니냐.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자]

보통 커피전문점에서도 아메리카노 팔 때, 뜨거운 물에 커피원액 샷을 넣는데, 하나 더 추가로 넣으면 보통 500원 더 받고 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소주도 주정이라고 하는 알코올 원액을 물에 섞어서 만드는데, 이게 덜 들어가니 값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이야기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한 업체 측 설명 먼저 들어봤습니다.

[롯데주류 관계자 : 소주의 원가는 주정 이외에도 용기라든지 물류라든지 마케팅이라든지, 다양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도수가 낮아져서 주정 사용이 줄었기 때문에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건 업체 측 얘기이고, 실제로 소주 원가에서 주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떻습니까?

[기자]

업계에서 정확하게 공개를 하지 않아 저희가 기존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추산해 봤는데요.

일단 19.5도짜리 소주를 기준으로 보면 마트에서 파는 가격이 1100원 정도입니다. 공장 출고가는 950원 정도고요. 이중에 53%가 주세, 교육세 같은 세금이고, 주정 가격이 약 123원, 13% 정도 차지합니다. 나머지가 병값, 병마개, 유통비 등인데요.

도수가 1도 낮아지면 주정 값이 병당 6원 정도 줄어듭니다. 그러니까 20도 정도 하는 소주하고 14도짜리 소주하고는 한 36원 정도 원가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병당 36원. 글쎄요, 보기에 따라서 액수가 나온 것일 수도 있고 적게 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많은 차이는 아니니까 소줏값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그렇다라는 것이 업체의 얘기인가 보죠?

[기자]

그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비도 있고, 첨가물 달라지는 점 등을 감안하면 가격인하 요인이 없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한 해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전체 소주량이 30억병이나 됩니다.

[앵커]

술 마시는 인구가 한 3000만 정도라고 보면 10대나 그 이하는 못 마시니까. 10대 중에도 마시는 사람은 있기는 있습니다마는 너무 많은데요. 30억병이 맞나요?

[기자]

업계에 확인을 해 봤는데요. 30억병이 맞고요. 그렇게 되면 성인 한 사람당 1년에 80병 이상, 90병 가까이 먹는 셈이라고 합니다.

규모가 이렇게 크다 보니까, 만약 모든 제품이 1도씩 낮춘다고 하면 180억원, 2도씩 낮추면 36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기업 입장에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보면 결코 작은 규모라고 볼 수 없는 거죠.

게다가 도수가 낮아서 잘 안 취하니 한 병 마실 것 두 병 마시게 되고, 소주 판매량도 늘게 된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핵심은 거기 있는 것 아닌가요. 더 마시게 되니까.) 그래서 얼마나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이 늘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안진철 연구원/코리아에셋투자증권 : 전체적으로 주정, 소주시장을 보면요. 도수를 낮추면서 시장은 자꾸 커졌죠. 우리 소주시장이 커진 게 결국은 그거죠. 도수 낮추는 경쟁. 그걸로 인해서 시장이 커지고 해외수출까지 되고, 이렇게 된 걸로 보이는데… 가령 여성들도 이제는 소주 마시는 데 전혀 부담이 없고 말이죠. 실적 개선에 반영이 되겠죠, 당연히.]

[앵커]

제가 핵심은 술을 더 마시게 된다는 데 있다고 했는데 아마 맞을 겁니다. 예전에 왜 그런 소문이 있었잖아요. 소주 맨 윗부분은 불순물이 있기 때문에 털어내고 마셔야 된다는 소문이 돌아서 다 털어내다 보니까 잔 수가 안 맞아서 한 잔 때문에 더 시키게 되고 그래서 매출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런 뒷얘기들이 광고계에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업체들 간의 경쟁 때문이었는데, 도수 내리게 된 것이 결국은.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오히려 소비자가 아니라 업체들은 훨씬 더 득을 보게 되는 그런 구조를 갖게 됐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지금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주류가격을 오히려 인상해야 한다는 논의도 솔솔 나옵니다.

따라서 혹시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서운한 내용이 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소주 도수가 낮아진다고 해서 소주값은 내리기 힘들 거다, 이런 결론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나저나 한 20도가 넘어야 소주 마시고 캬 하는데 14도짜리 소주 마시고는 그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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