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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소나무의 수난…민둥산 만드는 무서운 벌레

입력 2016-04-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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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병이 올해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한 번 걸리면 인근의 멀쩡한 나무는 물론,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데요. 상황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어낸 나무를 무단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전북 군산의 월명공원, 한때 울창한 소나무 숲을 자랑하던 군산 시민들의 휴식처였지만 지금은 공원에서 소나무를 찾아 보기가 힘듭니다. 산 전체가 발가벗겨진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전쟁이 끝난 직후의 민둥산을 보는 것 같은 참혹한 모습입니다. 군데군데 이렇게 나무 밑동만 덩그러니 남아있는데요.

곳곳에 떨어져 있는 이런 마른 솔잎과 솔방울만이 이곳이 한때 소나무 숲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공원을 자주 찾는 인근 주민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나문환/전북 군산시 수송동 : 마음이 황량해. 이게 이제 기다리면 20~30년 또 기다려야 할 텐데. (공원을)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많거든요. 근데 보면 볼수록 안타깝죠.]

공원에서 숲이 사라지게 된 건 재선충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소나무를 모두 벌목했기 때문입니다.

감염 속도가 빠르다보니 한 그루가 병에 걸리면 인근 나무까지 모두 베어내야 하는 겁니다.

짧게는 십수 년에서 길게는 백여 년까지 자란 소나무가 차례대로 넘어갑니다.

재선충병이 도내 곳곳으로 퍼진 제주에서는 연일 벌목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조금 전 벌목된 죽은 소나무입니다. 소나무 껍질을 살짝 들어보면 껍질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솔수염하늘소의 애벌레를 볼 수 있는데요. 바로 이 애벌레 안에서 재선충이 기생을 하고 있는 겁니다.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이 소나무를 옮겨다니며 잎을 갉아먹을 때 재선충도 나무에 함께 침입합니다. 한번 감염이 되면 재선충이 나무 물줄기를 막아버려 끝내 말라 죽게됩니다.

경기도의 한 야산, 작업 인부들이 벌목한 소나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죽어도 솔수염하늘소의 애벌레가 남아있기 때문에 벌목한 소나무도 특별 관리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무단으로 나무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남상만 팀장/경기 동두천시청 공원녹지과 : (불을) 때려고 잘라 오고 이런 분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다고 이야기하시죠.]

벌레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밀봉해놓은 걸 뜯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정수 과장/경기 남양주시청 산림녹지과 : 안에 있는 벌레가 나와서 또 번지기 때문에 절대 이렇게 하시면 안되고요. 소나무하고 잣나무만큼은 절대 가져가시면 안 됩니다.]

재선충병 감염으로 벌목이 진행되면 인근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소나무를 벌목한 자리에 매실나무와 편백나무를 심었던 곳입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매실나무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고 일부 남아있는 편백나무도 누렇게 말라가고 있습니다.

숲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터전을 잃게 됩니다.

[김은식 교수/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 일본 같은 경우는 지금 (재선충) 피해를 본 지 100년이라고 하는데 그사이에 한 절반 이상으로 피해를 보고 숲이 줄어든 상황인데요. 결국에는 시간 문제죠. 장기적으로 보면 당연히 (소나무가)
다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 될 수가 있는 거죠.]

각종 문학작품은 물론 애국가에 등장할 정도로 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남다른 존재인데요.

지금 이 소나무가 멸종위기에 놓였습니다. 현장에서 본 모습은 전문가들의 주장이 과장된 게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소수의 전문가나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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