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버려진 마스크 대신 줍는 '미화원들의 사투'

입력 2020-03-10 21:18 수정 2020-03-11 01:3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요즘 환경미화원들에겐 버려진 마스크를 줍는 게 또 하나의 일이 됐습니다. 재활용이 안 되는데 뒤섞여 있어서 일일이 분류를 해야 하고 누가 썼던 건지를 모르니, 불안하기도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주말을 보낸 이른 새벽, 어둠이 가시지 않은 거리에 환경미화원들이 보입니다.

흩날리는 신문지를 줍고, 꽉 찬 봉투를 비웁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쓰레기는 마스크입니다.

[이흥배/환경미화원 : 마스크가 굉장히 많았어요. 마스크가 걸린 걸 모르고 이렇게 하다 보니까 마스크가 얼굴에 올라와가지고 닿기도 하거든요.]

쓰레기통뿐 아니라 길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살 때는 약국 앞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구해야 하는 귀한 마스크인데 다 쓰고 난 뒤에는 이처럼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습니다.

손으로 마스크를 직접 줍기도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기도 해 걱정스럽다고 말합니다.

누가 쓰다 버린 마스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흥배/환경미화원 : 손 만지지 말라, 눈 만지지 말라 이렇게 매스컴에서 이야기하는데. 안 만질 수가 없거든요. 모자로 내려오면 모자로 이런 식으로 해야 하고. 그런 루트에서 감염이 안 걸릴까, 그런 게 걱정이 되기는 하더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 이전엔 겪어보지 못했던 일상입니다.

[이흥배/환경미화원 : 시민들도 자꾸 사람을 피하고 그러기 때문에. 그게 조금 많이 아쉽고 그래요.]

출근 시간에도 청소는 이어집니다.

버스 정류장이나 상가가 밀집해있는 곳엔 마스크가 특히 더 많이 버려져 있습니다.

[최정미/서울 장위동 : 많이 보죠. 계단 구석이나 차 주차해 놓은 주차 바닥, 그냥 버려진.]

[김귀중/서울 구의동 : 이거는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죠. 혹시라도 모르잖아요. 환자가 착용을 했던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구청에선 급하게 미화원들에게 일회용 토시를 지급했습니다.

매일 아침 수거하는 마스크만 수십여 장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박만영/환경미화원 : 길에서 떨어진 것만 일단 모아놓은 건데. (이게 길에서만 주우신 거예요?) 네, 바로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서 제가 따로 모아놓은 거예요.]

최근 일반 쓰레기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말합니다.

[박만영/환경미화원 : 3분의 1로 아마 줄었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장사가 안 되니까. 저희도 지나가다 보면 상인들 얼굴 보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줍는 과정뿐 아니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불안감은 이어집니다.

재활용 쓰레기에 마스크가 섞여서 들어옵니다.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들입니다.

일일이 손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각장에는 아예 의료용 봉투가 그대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자가격리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폐기물입니다.

모두 보건소에서 왔습니다.

서울시 지침에 따르면, 의료용 폐기물은 종량제 봉투에 한 번 더 넣어서 이중으로 밀봉해 버려야 합니다.

[보건소 관계자 : 이중포장해서 배출하게 안내는 계속 하고 있는데…]

[김태헌/마포자원회수시설 노동자 : 만약에 고병원성이거나 아니면 의료기관에서 나온 거라면 저희가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운 거죠. 병원성 방진복이나 이런 건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직접 방역 작업까지 하는 곳도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합정역 인근입니다.

환경미화원들이 분무소독기랑 그리고 걸레를 들고 곳곳을 닦고 있는데요.

원래는 거리 청소가 이루어져야 할 시각이지만, 지금은 특별 방역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다. 

[황명빈/환경미화원 : 가장 많이 돌아다니시는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그리고 횡단보도.  (하루에) 한 세 시간 정도 작업을 하고 있고요.]

작업은 코로나19가 잦아들 때까지 매일 이뤄질 예정입니다.

거리의 안전을 위해서, 누군가는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들의 몫은 그 누군가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 아닐까요.

(화면제공 :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인턴기자 : 이두리)

관련기사

방침 바뀐 마스크 대리구매, 대상과 준비물은?…Q&A 마스크 5부제 첫날, 금세 매진…"요일제 착각" 혼선도 중국 "함께 이겨나가자"…한국에 마스크 수출 '1차 500만장' '마스크 내놔'… 낫 들고 약국 직원 협박한 60대 체포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