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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급기야 뱀까지…동물원 탈주 2~3년마다 반복

입력 2013-12-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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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에 물린 사육사가 지난 8일 숨졌죠. 그런데 이번 말고도 서울대공원에서 동물 관련 사고가 잇따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실한 동물원 관리 실태, 조택수, 강나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2일 서울대공원 대동물관 앞. 호랑이에 물린 지 2주만에 숨진 사육사 심 모씨의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심 씨가 호랑이에게 물렸던 우리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심 씨를 태운 운구차는 차마 마지막 근무 장소를 들르지 못한 채 빠져나갔습니다.

[심 사육사 친척 : 인간적으로 이건 안 일어나도 될 일로 사람을 죽인 거구나. 살인이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 얘기 하고 싶지 않고.]

같은 시각, 심 씨를 물어 숨지게 한 호랑이는 검은 천으로 가려진 우리의 구석에 있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지 알 리 없는 이 동물은 뭔가 괴로운 듯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나기 전에 보였던 이상행동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병희/동영상 촬영자 : 소리도 많이 냈고, 사나웠고요. 사람을 보면서 계속 어흥 거렸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아 보이더라고요.]

사람을 죽인 이 호랑이를 살처분 해야하는지 논란이 이어졌지만, 대공원측은 일단 결정을 미루기로 했습니다.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관리감독 부실 책임을 물어 동물원장 등 4명을 입건했습니다.

[임종완/경기 과천경찰서 수사과장 : 전시장 출입문이 열려져 있는 상태에서 전시장 안에 있던 호랑이가 문 밖으로 뛰어나오면서 피해자 사육사를 공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사육사가 숨진 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01년 5월, 들소 사육장에서 예방접종을 하려던 사육사 40살 노 모씨가 들소에 들이받혀 숨졌습니다.

대공원 내 식당에서 일하는 노 씨의 부인은 취재진을 만나자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합니다.

[노 사육사 부인 동료 : 안 그래도 마음이 아픈데 옛날 일을 들춰서 어쩌려고.]

황당한 사고 사례는 이 뿐이 아닙니다.

뱀이나 파충류 등이 전시돼 있는 동양관. 한쪽에 뱀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이곳에서 뱀 십여 마리가 탈출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땅꾼들로부터 압수한 뱀 280여 마리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전시관 뒤편 보관함 아랫부분의 틈으로 빠져나왔고 이 중 6마리는 관람로를 돌아다녔습니다.

[담당 사육사 :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니 다 내보내고 잠그고 팻말로 해서 솔직하게 하면 좀 그러니까 공사중 써 붙여놓고 수색을 시작한 거죠.]

2007년 3월에는 고릴라가 문이 열린 우리를 뛰쳐나와 산으로 도망갔고, 지난해 2월에는 멸종위기종인 아메리칸 테이퍼도 청계산까지 탈출했다 생포됐습니다.

2003년에 탈출한 산양은 10년이 넘도록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개코원숭이 탈출 사건과 우리를 빠져나갔다 진압과정에서 죽은 흰코뿔소까지, 취재진이 확인한 서울대공원의 동물 관련 사고는 모두 9건.

2~3년 마다 한번씩 일어난건데요. 특히 지난해와 올해 집중됐습니다.

[전경옥/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 훈련 매뉴얼이 사고가 벌어졌을 때 대처해야할 상황이라든가 그런 게 없지 않았나 생각을 했고요.]

급기야 호랑이에 물려 숨지는 참사까지 빚어진 동물원 관리에 관람객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

[앵커]

이번 사건을 취재한 조택수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조 기자! 동물원 사고가 한 두 건이 아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서울대공원 사건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동물원에서 동물이 탈출하거나 사육사가 숨진 사건은 1980년 이후에만 모두 26건에 달합니다.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안 지키는 바람에 벌어진 사건들이었습니다.

[앵커]

이런 사고, 계속 반복된다는 게 더 큰 문제 아닐까요?

[기자]

동물원들이 사건이 터져도 그 때만 모면하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인데요. 좀 더 보시죠.

포획틀의 조그만 구멍으로 눈동자가 보입니다.

마취총을 쏘고 잠시 뒤, 축 늘어진 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2010년 서울대공원에서 탈주했다 9일 만에 붙잡힌 말레이곰 '꼬마' 입니다.

당시 대공원 측은 사육사가 주변 청소를 하는 사이 곰이 문을 열고 도망쳤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은 대공원 내부 관계자로부터 전혀 다른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곰이 문을 어떻게 열겠느냐. 문이 2개 있는데, 곰이 문을 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사고 직후 대처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 한 시간동안 집합을 시켰고, 관람객들에게 조심하라는 안내방송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부터라도 제대로 대처했다면 일련의 사고는 없었을 거라고도 강조합니다.

실제로, 말레이 곰 탈출 사건 외에 대공원이 먼저 공개한 사건은 거의 없습니다.

[강형욱/서울대공원 홍보팀장 : 저희들이 지금까지 동물 탈출에 대해 은폐를 했었던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관리 시스템에 의해서 행동을 해왔고.]

사육사 인사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호랑이에게 공격 당한 사육사 심 모씨가 대표적입니다.

[유가족 : 26년 동안 서울대공원에서 곤충전문가로 있었단 말이에요. 이제 와서 순환보직을 했다, 이게 맞는 이야기인지.]

취재진이 입수한 대공원 사육사 배치 현황 문건을 보면, 맹수사를 거쳐간 사육사 경력은 길어야 2년 남짓입니다.

전문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

[이항/서울대 교수 : 동물원 안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사람이거든요. 동물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사람을 위해서 일을 하는 건지 그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갖가지 문제가 누적되다보니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한 수준입니다.

[박소연/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 큰 맹수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없는 사육사가 배치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또 신속하게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던 것, 모든 것이 동물원의 관리부실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앵커]

그래도 서울대공원 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물원인데, 규모가 작은 지방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동물 복지나 관리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방치돼 있습니다.

[앵커]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무척 클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기자]

네, 동물들 대부분이 좁고 낡은 공간에 갇혀 지내다 보니 이상행동도 많아지고 사고도 잦습니다.

조금 더 보시죠.

+++

바닥에서 먹이를 주워먹는 원숭이.

우리는 좁고 낡은 데다, 자연 서식 환경과 너무 달라 동물들을 힘들게 한다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지냅니다.

놀잇감이라고는 밧줄 하나와 낡은 타이어가 전부. 기린은 낡은 철창을 연신 핥아댑니다.

문을 연 지 20년이 넘었지만 시설 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곳곳이 심하게 낡았습니다.

[관람객 : 전부 여긴 교도소 같아 동물 교도소. 너무 갇혀있고 생기가 없죠. 동물들이.]

600여 마리의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는 10명 남짓.

올 초엔 이곳 호랑이 사육장에서 뱅골호랑이가 다른 호랑이와 다투다 죽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동물원 관계자 : 맹수들은 이종 간에 합사를 못 시키는 거예요. 투쟁을 하거든요. 여기는 좁으니까.]

제주의 한 관광농원. 경찰의 총에 맞은 곰 두 마리가 쓰러져 있습니다.

지난달 우리를 청소하던 사육사 78세 임모씨를 공격해 숨지게 한 곰들입니다.

[김기범/제주 동부경찰서 강력 3팀장 : 그런 시설(안전장치)이 전혀 없었어요. 평소에도 그래왔고요.]

강원도에 있는 한 민간 동물원은 경영 악화로 먹이도 못줄 지경이 되자 시민들이 모금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동물원 관리에 대한 법률조차 제대로 없는 상황.

[정수명/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 :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 동물원을 관리할 수 있는 법률 자체가 없어요.]

호랑이 공격으로 사육사를 잃은 서울대공원은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뒤늦게나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물원법이나 동물원 면허제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영국 등 해외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월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법안이 발의 됐지만, 관련 부처에서 서로 관할을 주장하며 반대해 진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정애/민주당 의원 : 부분 부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고요. 하나의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그렇게 관리가 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부실한 관리 속에 언제 어떤 사고를 저지를지 알 수 없는 동물들.

그들 또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사람은 물론 동물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기준을 갖추도록 하는 당국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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