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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환율·무역전쟁'…미국, 20년만에 강달러 선호 폐기

입력 2017-02-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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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환율·무역전쟁'…미국, 20년만에 강달러 선호 폐기


트럼프발 '환율·무역전쟁'…미국, 20년만에 강달러 선호 폐기


트럼프발 '환율·무역전쟁'…미국, 20년만에 강달러 선호 폐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발(發) 글로벌 환율‧무역전쟁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동시에 중국과 일본, 독일 등 경제 강국들의 환율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세계 시장에 일대 파란이 일고 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 산 제품에 20%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강(强) 달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인 문제제기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오는 등 '글로벌 환율‧무역전쟁' 조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대대적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세금감면, 규제철폐, 국경세 부과 등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강 달러를 유발시키고, 미국의 무역적자 폭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파트너들에 대한 통상 및 환율정책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울리히 레흐트만 통화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 직후 고객들에게 "고약한 환율전쟁이 닥칠 수 있다. 허리띠를 바싹 조여매라"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은 현재 미국행정부가 전 세계와 벌이고 있는 환율전쟁의 총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아직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지는 않고 있다. 워낙 폭발력이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 관리 출신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실제로 어떤 중국정책이 나올지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때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제약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 이들은 평가절하를 통해 시장을 농락했고, 우리는 얼간이들처럼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they play the devaluation market and we sit there like a bunch of dummies)"라고 말했다.

같은 날 나바로 위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화(grossly undervalued euro)"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유로화는 사실상 암묵적으로 독일 마르크화(implicit Deutsche Mark) 같다"며 독일이 유로화 약세를 이용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대해 아베 총리는 1일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엔화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그들의 비난은 그릇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31일 메르켈 총리 역시 독일이 유로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나바로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스톡홀름에서 가진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유로화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독일은 항상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을 지지해왔다"라고 말했다.

아사카와 마사쓰구(淺川雅嗣) 재무성 재무관은 "일본 금융정책은 디플레 탈피라는 국내정책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환율을 염두에 둔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최근에는 (환율)개입을 일절하지 않고 있다. 환율 시세는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조작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환율시장에 개입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지난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00엔 가까이 치솟자 일본 통화당국은 시장개입 카드를 만지작거렸으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압력으로 포기하고 말았다.

FT는 중국 역시 최근 환율시장 개입을 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과 대만 등은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FT는 달러 가치 및 외국 환율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역대 미국 행정부가 지켜온 두 가지 전통을 깨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첫째로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대통령은 달러화는 물론 외국 환율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발언하지 않는 불문율을 깼다. 이제까지 역대 미국대통령들은 통화 가치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면 재무장관에 답변을 돌리는 전통을 지켜왔다.

두 번째,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행정부가 선호해온 강한 달러 정책을 버렸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이후 20여 년 동안 역대 미국 행정부는 강한 달러를 선호하는 정책을 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달 17일 당선인 기자회견에서 "달러화가 너무 강하다. 달러가 너무 강해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다. 강한 달러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한 그는 "달러화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통화로 거래돼 왔다. 이런 면에서 달러화는 장기적으로 강한 통화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므누신은 트럼프의 강한 달러에 대한 불만 제기는 "단기적인 달러화의 움직임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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