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아닌 야당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면 오늘 내가 이 자리(법정)에 서는 일은 없었을 것"
'내란음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통합진보당 이석기(52) 의원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하며 남긴 말이다.
28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 심리로 열린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의원은 최후진술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정보원,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 의원은 "만약 2012년 총선에서 야권이 새누리당 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얻고 그해 대선에서 야당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봤다"며 "길게 생각안해도 오늘 내가 이자리에 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단순한 가정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현 집권세력은 정치적 목적으로 국정원을 동원하고 검찰을 내세웠다"며 "정치재판과 사상재판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정권은 나를 가둬놓고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했다"며 "그러나 아무리 철권을 휘둘러도 그러한 정권은 끝내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결심공판에서도 1심에서와 같이 RO의 실체와 내란음모 혐의를 부정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확인된 것 처럼 내란이라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며 "이 사건은 실체로 존재하는 내란음모가 적발된 것이 아니라 국정원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나는 온 힘을 다해 분단 시대를 끝내고 통일시대를 맞고자 분투해 왔다"며 "분단시대의 법정에 선 피고인은 내가 마지막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누더기가 된 녹취록을 사실에 가깝게 바로 잡아준 항소심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선처를)탄원해 준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과 나를 위해 기도해준 교황에게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들도 이 의원 등의 최후진술에 앞서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호소했다.
변호인 측은 "근거 없는 억측으로 짜맞춘 이 사건 제보자의 증언이 받아들여져 1심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가 선고됐다"며 "그러나 이 사건 원심판결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과 검찰은 이들이 내란을 음모했다고 주장하나 정세에 관한 한 번의 강연과 토론만 있었을 뿐 그 전에 내란음모에 관한 징후가 전혀 없었다"며 "이같은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실체 없는 생각만을 갖고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를 변혁하려는 생각이 반역죄 될 수는 없다"며 "이 사건은 국정원이 대선개입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조작한 사건"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 의원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이 의원과 함께 구속기소된 이상호·홍순석·조양원·김홍열·김근래 피고인 등 5명에게도 1심과 같이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0년, 한동근 피고인에게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앞서 이 의원 등은 지난해 5월 비밀회합에서 지하혁명조직 RO 조직원들과 국가기간시설 타격 등 폭동을 모의하고 북한소설 '우등불' 등을 소지하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동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에 1심은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 이 의원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을 비롯해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징역 4~7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RO 조직원의 제보를 바탕으로 시작된 내란음모 사건은 이날 결심공판을 끝으로 항소심 판결 선고만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고법 형사9부는 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을 진행중인 헌법재판소에 내달 초 재판기록을 제출할 예정이다.
당초 법무부는 정당해산심판에서 내란음모 사건 관련 수사·재판 기록을 제출해 달라는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재판기록을 제출받은 뒤 양측의 의견을 참고해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11일 열릴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