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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맛 좀 보세요'…쓰레기 지옥 극약처방

입력 2015-03-1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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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 최대의 번화가가 단 사흘 만에 쓰레기 천지가 됐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으니까 관할 구청에서 극약처방을 내놨습니다. 일부러 쓰레기를 치우지 않은 겁니다. 얼마나 지저분한지 직접 한 번 경험해 보시라…그러면 덜 버리지 않겠느냐는 건데요. 이 지역에 걸려 있는 현수막은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

밀착카메라 김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부산지역 최대 번화가인 서면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제 머리 위로는 이렇게 더러워서야 되겠냐, 가로청소 아예 안 하겠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습니다.

매일 밤 쓰레기 무단투기가 근절되지 않자, 관할 지자체에서 이른바 '쓰레기와의 전쟁'이라는 초강수를 둔 건데요.

그 전쟁터의 현장,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많게는 하루 60만 명 이상 몰리는 서면.

밤마다 쌓이는 쓰레기는 그야말로 산더미 같습니다.

시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버스정류장 앞입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수십개의 쓰레기봉투들이 이렇게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데요, 몇 개 조금 살펴 보겠습니다.

자, 여기 안에는 라면사리 봉지도 이렇게 눈에 보이는데, 아마 어디 식당에서 무단으로 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쪽에는 유리잔과 맥주병 와인병까지 있어 자칫 깨지기 쉬울 것 같습니다.

거기에 웬 청소기 호스에, 의자 뚜껑까지 이렇게 버려져 있는데요. 이곳은 알고보니까 쓰레기 무단투기가 상습적으로 일어나서 이 지역에서 이른바 망신지역으로 지정한 곳입니다. 이런 푯말까지 세워져 있습니다.

[안강일/주변 상인 : 저것도 세워놓은 지가 6개월 됐어요. 그러니까 그전에는 더 더러웠지. 그래도 똑같아요. 그냥 와서 막 버리는 거지. 여름 같은 경우에는 냄새도 나고, 쥐라든가 이런 것도 많이 돌아다니고요.]

비슷한 표지판이 곳곳에 보입니다.

그 밑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가로수 보호덮개 틈에는 담배꽁초가 빼곡합니다.

이번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서면 1번가 거리입니다.

여기도 쓰레기가 만만치 않은데, 아예 이렇게 화단 중간 중간에도 많은 쓰레기들이 보입니다. 먹다가 음료가 남은 플라스틱 컵, 그리고 아이스크림 껍데기. 담배꽁초까지 눈에 보이는데요.

유독 저희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전단지들입니다. 저희가 주변에서 몇 개 주워 봤습니다. 경마장 전단지. 유흥업소 전단지들 있고요. 역시 이렇게 좀 뭐라 설명드리기 민망한 수준의 전단지도 보입니다. 모두 다 수십가지인데, 전부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전단지들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한쪽에선 끊임없이 전단지를 건네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립니다.

[남태호/경남 창원시 : 여기 보시다시피 다 더럽네요. 뭐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행정체계에 문제가 있는가. 이상하네요. 좀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네요.]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는 현수막.

이 문구는 괜히 쓰여진 게 아니었습니다.

상습 투기 지점 중 하나인 지하도 출입구.

한 남성이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이 취재진의 관찰카메라에 포착됩니다.

몇 분 뒤, 한 노인이 올라와 그 자리에 쌓인 쓰레기를 치웁니다.

[강팔중/지하상가 미화원 : 매일 합니다. 하루에 몇 번씩. 사람이 다니니까 전부 다 어지르고, 할 수 없는 일이지 뭐. 우리는 치우는 사람이니까.]

결국 환경미화원과 관할 지자체가 주말 내내 청소를 하지 않는 극약처방을 실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가 얼마나 심한지 시민들 스스로 지켜보라는 겁니다.

취재진이 파업 하루 전 미화원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이명환/부산진구 환경미화 총감독 : (하루에 어느 정도 나와요?) 서면 지역에만 약 2톤 정도 나옵니다. 서면 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배 정도 많습니다.]

그래도 청소를 안 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충격 요법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구청 측은 "지난 2012년에도 하루 동안 시행했던 청소 파업이 효과가 있었다"며, 이번 파업으로 쓰레기 투기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장재봉/부산진구청 미화원 : 이번 기회로 인해서 시민의식이 좀 더 성숙해졌으면 하는 게 저희 환경미화원들의 바람입니다.]

부산 서면의 한 버스정류장입니다. 이번 쓰레기와의 전쟁 마지막날이자 월요일 아침입니다.

이곳 시민들은 새로운 한 주를 이렇게 자신이 버린 쓰레기 더미들 옆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어쩌면 전국 곳곳의 번화가에서 볼 수 있는 우리 시민의식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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