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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청에 이전한 추모공간 발길 '주춤'…박 시장 애도 표해

입력 2016-05-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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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청에 이전한 추모공간 발길 '주춤'…박 시장 애도 표해


시민청에 이전한 추모공간 발길 '주춤'…박 시장 애도 표해


시민청에 이전한 추모공간 발길 '주춤'…박 시장 애도 표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여성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공간이 이전된 첫날인 24일 시민청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생각보다는 저조했다.

서울시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글이 담긴 포스트잇 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강남역 10번 출구 앞 추모공간을 서울시청 지하1층 시민청으로 전날 이전하고 이날 오전 9시부터 시민들에게 추모공간으로 개방했다.

그러나 오전 내내 추모공간은 썰렁했다. 민원이나 업무 등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해 시청을 찾은 시민들이 가던 길에 추모공간 앞을 가끔 지나가긴 했지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추모글을 쓰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일부 시민들은 스티로폼 판넬에 붙여진 포스트 잇을 보고 나서야 뒤늦게 이 곳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이란 사실을 인지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갑자기 철거되서 맥이 끊겼다"면서 "강남역 앞 추모공간에 천막을 씌워 비를 피할 생각도 했었지만 그 곳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비를 맞을 수도 있어 추모공간을 이전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궂은 날씨 속에서 추모를 하러 발걸음한 시민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지만 누군가 희생자를 위해 놓고 간 국화꽃 등 조화 몇 송이와 막대사탕, 인형, 상처에 바르는 연고 등이 빈 공간의 허전함을 채웠다.

불과 며칠 전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인산인해를 이뤘던 긴 추모행렬은 볼 수 없었지만 이따끔씩 추모글을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거나 침울한 표정을 짓는 시민들도 없진 않았다.

취업준비생 김모(26·여)씨는 "포스트잇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별을 떠나 모두가 안전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추모글을 적었다"며 "일부 추모글 중에는 남성을 원망하는 여성들의 피해의식이 담긴 글들도 보여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범죄는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타켓이 되어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며 "남성과 여성의 대결 구도로 논란이 일고 있어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 노인은 "안타까워서 (시청에)온김에 잠깐 들렀다"면서 추모공간의 포스트잇을 관심있게 둘러본 뒤 조용히 자리를 떴다.

썰렁하던 시민청의 추모공간은 점심 시간에야 주변 직장인 등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며 활기를 띠었다.

시청 인근에서 빌딩 청소관리를 맡고 있는 한모(67·여)씨는 "점심 시간이라 잠깐 들렀다"며 "눈물 날 정도로 마음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1시23분께 오찬을 마친 뒤 예정 일정에 없던 추모공간을 방문했다. 박 시장은 먼저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애도를 표했다.

이어 시민들이 남긴 추모글을 유심히 읽어본 뒤 현장에 비치된 포스트잇에 '기억의 힘 안전한 서울을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적어 직접 판넬에 붙였다.

추모공간의 시설물을 꼼꼼히 확인한 박 시장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추모공간이 비를 안맞아서 다행이다"며 "사람들이 이 곳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시민청에 마련한 추모공간을 통해 "충격을 소화하고 토론을 하며 성찰을 하는 계기를 만들라고 당부했다"고 시관계자는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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