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권력을 말할 때 '불'에 비유한다. 권력은 그만큼 뜨겁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에 가까이 가면 타 죽는다"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5일 검찰에 의해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등의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기밀누설)로 불구속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권력을 너무 가까이 했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법무부장관 보좌관을 지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을 거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맡는 등 정권을 오가며 사실상 권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법무부→국정원→청와대로 자리가 바뀌는 동안 조 전 비서관의 역할 역시 갈수록 중요해졌다. 특히 청와대에서 조 전 비서관에게는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권력 실세들을 감시하는 '워치독' 역할을 충실히 하려 했는데 견제가 심했다"고 주장했고, 박 경정은 비실명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문고리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힘이 막강했던 만큼 견제하는 세력 또한 많았다는 항변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실제로 조 전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함께 현 정권 그림자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와 이재만 청와대비서실 총무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권력 3인방과 권력 암투를 벌였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서도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은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정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국정개입을 비난하는 문건 등 17건의 청와대 문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이 "(이처럼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한 것은) 조 전 비서관 등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도 권력암투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의 부탁을 받아 조 전 비서관이 정씨 등과의 권력암투에 직접 플레이어(참가자)로 참여한 듯 보인다"며 "그동안 정권을 오가며 권부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 살아남았던 조 전 비서관이 이번에는 권력 핵심에 너무 깊이 발을 담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조 전 비서관의 사례는 정국을 혼란하게 만든 정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에게도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