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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건설비리 의혹…설립 자본금 150원 '유령투자사'

입력 2021-07-07 21:03 수정 2021-07-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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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경기도 킨텍스 일대의 건설 비리 의혹을 추적보도해 드렸습니다. 경기도 고양시가 특혜를 준 걸로 의심받는 아파트 시행사의 실소유자가 알고 보니 고양시 산하기관 출신들이었는데요. 의문스러운 점이 더 있었습니다. 시행사가 외국인투자기업이란 이유로 땅값 1500억 원가량을 2년간 나눠서 낼 수 있게 해줬는데, 저희가 홍콩에 있다는 투자사를 직접 찾아가보니,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였습니다. 설립 자본금은 우리 돈으로 150원이었습니다.

봉지욱 기자입니다.

[기자]

3년 후 개통될 GTX 킨텍스역 인근에 조성된 경기도 고양시의 대단지 아파트.

입주 2년 만에 분양가의 3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취재해보니, 1조 원대 아파트 사업을 시행한 회사의 실소유자는 고양시 산하기관 출신이었습니다.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고양시가 땅을 싸게 팔고, 세대수도 늘려줬단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수상한 점이 또 확인됐습니다.

시행사 퍼스트이개발의 주주 명부입니다.

홍콩 소재 회사가 주식 3분의 1을 갖고 있습니다.

고양시는 외국인투자기업이라며, 땅값 1517억 원을 2년간 나눠서 낼 수 있게 해줬습니다.

외국인 투자가 없었다면 낙찰 60일 안에 전액 납부해야 합니다.

실체가 있는 회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홍콩 현지를 찾았습니다.

등기부상의 주소를 찾아가니 번화가 한복판의 고층 빌딩이 나옵니다.

먼저 안내데스크에 물어봤습니다.

[안내데스크 : (선생님 말씀 좀 묻겠습니다. 이 건물에 애드밸류(투자사)라는 회사가 있나요?) 이런 데는 없는데요. (여기엔 이런 회사는 없다는 건가요?) 없습니다.)]

이번엔 주소에 적힌 사무실로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사무실 관계자 : 우리는 회계사무소고, 이 회사(애드밸류)는 우리의 고객 중 하나입니다. (그럼 여기에는 이 회사의 사람이 없다는 거군요.) 없습니다. 관련된 사람이 없습니다. (여기 주소만 사용한다는 거군요.) 네, 주소만 사용하는 겁니다.]

투자사는 이 회계법인의 고객이고, 주소만 빌렸다는 겁니다.

다시 투자사의 기업 정보를 살펴봤습니다.

주인은 말레이시아 국적, 그런데 퍼스트이개발이 외국인투자기업을 등록하기 약 2주 전에 만들어진 회사였습니다.

자본금은 1홍콩달러, 우리 돈 150원에 불과했습니다.

자신이 시행사 실소유자라고 주장한 A씨도 홍콩 투자사를 잘 모른다고 말합니다.

[A씨/시행사 실소유자 (본인 주장) : 홍콩 환룬인가? 거기 있어요. (네, 있는데 투자사 주인의 국적 아세요?) 모른다니까요. (그러니까 왜 모르냐는 거죠.) 그걸 저희가 알 필요가 왜 있나요?]

만약 외국인 투자가 허위라면, 막대한 수익을 해외로 빼돌릴 창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양시는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시는 오랜 기간 특혜 의혹을 조사해왔다면서도, 현재까지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PD : 박동일·오승렬 / 영상디자인 : 신하림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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